아마도 더 이상 북한 사람들이 머리에 뿔 달린 괴물이라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북한 특수8군단의 저격수 김윤진이 남한 정보원인 한석규와 사랑에 빠졌을 때부터였을까요.(영화 “쉬리”, 1999) “공동경비구역 JSA”(2000), “웰컴 투 동막골”(2005)부터 최근작 “의형제”(2010)까지. ‘적’으로서가 아닌 ‘분단 시대의 희생양’으로서 바라보는 관점이 주를 이루게 된 것이죠. 사실 “의형제”에 이르러서는 ‘멋지고 잘 생기고 싸움 잘 하는 간첩’이 하나의 클리셰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요.
참신함과 상투성의 사이에서 『은밀하게 위대하게』
다음 만화속 세상에서 최근 완결된 Hun 작가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만화로서는 드물게 북한 고정 간첩이 등장합니다. (최초이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확실하지 않아서 ‘드물게’로 표현) 명확한 임무도 없이 동네 바보 동구로 살아가는 원류환과 아마추어 기타리스트 김민수로 살아가는 리해랑 등이 그들이죠. 평범함으로 위장한 비범함은 독자의 호감을 자극합니다. 얼굴에 조금만 힘을 주면 미남이 되고, 격투술과 사격술의 달인이며 외국어까지 능통한 초 엘리트니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겠죠.
아, 이 작품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의 취향’에 불과할지 모르는 잡생각들을 지워 버리고 나면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재미있고 감동적이에요. 전작에 비해 액션 신은 더 세련되어 보입니다. 결말 부분에 길게 이어지는 빗속의 대치 장면들을 보세요. 감동을 위한 복선과 장면들도 가슴을 찡하게 하죠. 원류환을 데리고 있던 슈퍼 아줌마가 통장에 찍은 글자들을 보며 많은 독자들은 눈물이 핑 돌았겠다 싶더군요.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일지 몰라 생략)
글 머리에 ‘북한 간첩에 대한 클리셰’를 말했지만, 사실 ‘머리에 뿔 달린 괴물’이라는 클리셰는 그 전 수십 년 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했었죠. 그렇다 보니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묘사한 남과 북의 모습을 하나의 장르적 성과로 봐야 할지, 타 장르에서 이미 단물이 빠진 소재를 가져온 것 뿐이라고 비판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글은 끝나겠지만요. ‘만화를 만화로서 즐기면 될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남북관계라는 소재는 항상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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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라이트 마일 / 글,그림 : 오타가키 야스오 / 서울문화사 / 발간 중
북한 공작원으로 보이는 인물이 일본의 우주계획을 방해한다는 내용이. (…) - 용오 / 글 : 마카리 신지, 그림 : 아카나 슈 / 학산문화사 / 발간 중(?)
북한 관련 소재 때문에 수입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