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WER의 앨범을 책장에 나란히 세워 두고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앨범 사이드에 적힌 문구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된 걸 보면, 이 팀은 밴드를 결성하고 기획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미 2년 가까운 로드맵을 세워두고 움직였던 게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눈에 띈다.
데뷔 싱글 ‘DISCORD’의 뮤직비디오 섬네일은 쵸단이다. (뮤비의 흐름을 보면 주인공이 꼭 쵸단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섬네일은 명확히 쵸단이다.)
미니 1집 ‘마니또’의 타이틀곡 ‘고민중독’ 뮤비의 섬네일은 마젠타. (노래와 뮤비의 화자가 명백하게 마젠타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중심에 둔 연출이라 볼 수 있다.)
미니 2집 ‘Algorithm’s Blossom’의 타이틀곡 ‘내이름 맑음’은 히나가 섬네일의 주인공이다. (곡 제목 자체가 ‘히나’라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확실하다.)
그리고 다가오는 미니 3집 ‘난 네편이야 온 세상이 불협일지라도’는 시연의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라방이나 자체 콘텐츠에서 어느 정도 암시되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 흐름을 보면 멤버 각자의 스토리를 차례로 풀어가는 구조가 명확히 보인다. 즉, 미니 3집까지의 여정은 멤버 개인 서사를 담은 하나의 페이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앨범 사이드 문구가 타임테이블에 올라온 “난 네편이야 온 세상이 불협일지라도” 문장과 동일하게 구성된다면, 이번 미니 3집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미니 3집 패키지가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된다고 하더라도, 전체 문장을 완성하려면 최소 네 개 이상의 패키지가 필요해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미니 3집 다음에 나올 앨범은 정규 1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규 1집의 타이틀곡과 뮤직비디오는 QWER 멤버 4명 모두의 이야기를 다루고, 썸네일 역시 멤버 전체가 함께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된다.
지금까지가 개인 서사의 구축이라면, 다음 단계는 팀 전체의 스토리를 보여주는 완성 형태일 것이다. 이런 장기 기획을 보고 있으면 팀과 제작진, 그리고 회사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정말 치밀하게 움직여 왔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성공을 확신했기에, 혹은 실패하더라도 밀어붙일 각오가 있었기에 가능한 플랜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중간쯤에서, “어떻게든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 하나로 만든 결과였을 수도 있겠다.
요즘 대학 축제를 누비며 무대를 장악하는 QWER의 모습을 보면, 그 모든 과정이 실현되어 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데뷔 전부터 이 팀을 지켜보며 응원해 온 팬으로서, 지금도 이 여정에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