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뉴스에 글 쓰기, 내 경우에는

 

며칠 전(2014년 3월 20일) 슬로우뉴스에서 “삼성 갤럭시 S5 날자 배 떨어졌다”라는 글을 발행했다. 줄여서 ‘갤비이락'(Gal飛梨落). 그 글은 전날인 19일, “삼성이 하면 의료기기 규정도 바꾼다?”라는 제목으로 내 블로그에 실었던 글이다. 초고에 해당하는 내 블로그 글은 슬로우뉴스 편집회의를 거쳐 ‘환골탈태’했고, 슬로우뉴스에 실렸다. 그 과정을 간단하게 되짚어본다.

이 정도까진 아니어도... "Christian Bale - Before/After Gym",  머시니스트(브래드 앤더슨, 2004) / 레인 오브 파이어 (롭 바우만, 2002)

이 정도까진 아니어도…
“Christian Bale – Before/After Gym”,
머시니스트(브래드 앤더슨, 2004) / 레인 오브 파이어 (롭 바우만, 2002)

슬로우뉴스에 글이 실리는 과정

해당 글을 블로그에 먼저 올린 이유는 단순했다. 초안을 쓰고 나니 내용도 짧고(특히 인용이 많았다.), 문투도 정제돼 있지 않았다. 차분하게 퇴고하기에는 마음의 여유도,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했다. 그런데 민노씨 등 편집위원들과 대화하면서 편집 의견과 제언을 들었고, 이 대화가 자연스럽게 퇴고 역할을 했다.

초고본과 퇴고본은 아래와 같은 차이가 있다. 두 글을 나란히 놓고 읽어보면 그 차이가 더 명확하게 보인다.

  • 문투: ‘나는 ~ 때문에 확신할 수 없다.’, ‘뭐 그렇다는 얘기다.’ 등 불명료하고, 주관적이며, 정제되지 않은 표현 정리
  • 인용 보완: 단순 링크로만 넣었던 연합뉴스 기사의 일부를 꺼내 인용문으로 처리
  • 내용 보완: 글에 언급된 앱이 여전히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있는 것을 확인, 설명하는 내용 추가
  • 결론 보완: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와 관련하여 결론 문장 추가
  • 맞춤법/문법 확인: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통해 확인하여 수정
  • 삽화: 갤럭시 S5에 관한 이미지가 포함된 트윗과 전립선암 계산기 앱에 관한 이미지 추가
  • 소제목 삽입: “갤럭시 S5 출시 앞두고 의료기기 규정 바꿔”, “의사가 만든 앱, 의료기기라며 배포 금지” 등 내용을 요약하는 소제목을 중간중간 배치
  • 제목 결정: 결론에 맞추어 “삼성 갤럭시 S5 날자 배 떨어졌다”로 결정

위 내용 중 마지막 네 가지(맞춤법/문법, 삽화, 소제목, 제목)는 모든 슬로우뉴스의 기사와 칼럼에도 적용하는 과정이다. (물론 초고에 담긴 주요 사실에 관한 팩트 체크는 필수다.) 이 과정을 통해 주목도와 가독성 그리고 이해도를 높인다. 이렇게 쉽지만은 않은 과정을 거친 기사나 칼럼을 발행하면 초대 필자들도 대체로 만족해한다. 그런 반응을 접하면 편집위원으로서 나 역시 마음이 뿌듯해진다.

이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Before and after weight loss surgery", jackiebese (CC BY-SA)

이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Before and after weight loss surgery”, jackiebese (CC BY-SA)

편집팀원의 피드백과 수정을 거치면

예전에 “8장의 신용카드를 한 장에? ‘코인’이 한국에 온다면”을 쓸 때의 일이다. 초고는 코인 서비스에 관해 무한히 긍정적인 글이었다. ‘이런 대단한 물건이 나오다니!’ 이런 느낌이랄까. 그런데 초고를 편집회의 공간에 올렸더니 몇 가지 피드백이 왔다.

저는 코인을 보면서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정말 종이 한 장의 차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미 시장(?)에는 스키머(skimmer)라는 물건이 있습니다. 한때 용산에서 7~80만원에 팔리기도 했죠. 그 제품(?)으로 불법으로 카드 정보를 뺀낸 후 빼낸 카드 정보를 이용해 복제 카드를 만드는 데 이용이 됐죠. (중략) 스키머나 불법/합법 이런 이야기를 살짝 붙여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일반적으로 마그네틱 카드는 카드 번호 유효기간 등 각종 정보가 암호화 없이 바로 포스 단말기 등에 저장되기 때문에 해킹이나 복제 위험이 매우 큽니다. 그래서 IC칩 카드 의무화도 진행중이고 한데… 이건 마그네틱으로 통일하는 거죠… 이런 한계나 부작용도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덧붙이는 정도는 어떨까요?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관해 의견을 듣고, 글을 보완했다. 글 구성에 관한 의견도 있어서 특정 문단 위치를 조정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앞서 언급했던 필수 과정을 거쳐 글을 완성해 발행했다.

물론 모든 글이 이런 적극적인 피드백과 수정 과정을 거치는 건 아니다. 슬로우뉴스에는 뛰어난 내공을 가진 필자가 많기에 적극적인 퇴고 의견을 내는 경우가 많은 편은 아니다. 초고의 취지와 내용의 변경에 관한 편집 의견은 반드시 사전에 필자와 상의한다. 하지만 다양한 편집의견과 보충의견, 그리고 하다못해 제목과 소제목, 우리끼리는 “짤방”이라고 부르는 삽화에 관한 의견과 최종 선택에 이르기까지 글 한 편을 완성하는 과정은 다채로운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고, 이런 대화를 통해 부족함을 채운다.

사공이 많을 때 일어날 수도 있는 일 중 하나 "Korea-Gangneung-Jeongdongjin-Sun Cruise Hotel-01.jpg", 위키백과

사공이 많을 때 일어날 수도 있는 일 중 하나
“Korea-Gangneung-Jeongdongjin-Sun Cruise Hotel-01.jpg”, 위키백과

효율성과 민주적 집단 편집 체제의 균형

처음에는 이런 과정이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과도한 시간 낭비로 비효율적이라 느끼기도 했고, 또 때론 너무 지엽적인 논의들이 깊어져 논의 그 자체에 지치기도 했다. 초고에 관한 편집팀의 적극적인 퇴고 의견이 필자에게 자율성을 침해받는 느낌을 주기도 했을 것이다. 물론 그 과정 자체의 가치가 없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집단 편집 체제와 수평적인 권한을 가진 자유로운 편집회의로 인해 기사와 칼럼의 발행 건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런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는 효율성도 어느 정도는 충족하면서, 또 수평적인 권한을 가진 편집위원 개개의 개성을 집단 편집 체제 속에서 조화롭게 녹여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니만큼 이런 과정을 거쳐도 빠뜨리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 또한 발견되는 대로 의견을 모아 보완하고 있다.

만일 여러분이 이 글을 슬로우뉴스에서 읽고 있다면(우리끼리 표현으로 “킬 당하지 않았다면”), 이 글 또한 나 홀로 고민의 산물이 아니라 슬로우뉴스 편집위원들과 나눈 이런저런 대화가 깊이 스며든 결과물임을 알아주시길. 물론 글 자체로 부족함이 있다면 그것만은 온전히 내 책임이다. 이전에 썼던 모든 글이 그랬던 것처럼.

slownews-logo1.png* 이 글은 “Fast is good, slow is better”, 슬로우뉴스에 제목을 바꾸어 게재하였습니다 *

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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