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7일 연합뉴스 기사다.
요약하자면 원래 심박센서가 있는 기기는 의료기기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하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여 심박센서가 있는 갤럭시S5가 의료기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를 보고 예전에 본 기사 하나가 떠올랐다. 2013년 10월 7일 청년의사에 실린 글이다.
역시 요약하자면 서울대학교 비뇨기과 정창욱 교수가 자비를 들여 비교기과 전문의들이 환자들의 전립선암 위험 여부를 알아볼 수 있게 도와주는 ‘전립선암 계산기’ 앱을 만들었는데, 식약처가 이 앱을 허가받지 않은 의료기기라며 국내 배포를 금지했다는 내용이다.
– 미국 FDA는 지난달 모바일 의료 앱에 대한 최종 지침을 발표했다. 반면 국내 관련 법에는 앱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는 상황이다. 별도의 안을 마련한 것이 있는가. 혹은 앞으로의 계획은.
의료기기임을 판단하는 것은 의료기기법 상 정의에 부합하느냐 안 하느냐에 목적을 기반으로 한다. 하드웨어냐 소프트웨어냐 물성의 차이일 뿐이다. 목적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앱 역시 질병 진단의 목적으로 쓰인다면 당연히 의료기기 범주에 들간다. 앱만 따로 별도의 지침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향후 필요하다면 가이드라인 같은 지침 마련을 고려할 방침이다.
“모난 돌이 정맞는다, 유명해서 배포금지 된 ‘App'” 중에서.
위 글이 나올 당시에는 모바일 의료 앱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었고, 유권해석으로 전립선암 계산기 앱이 의료기기라고 판단했다. 그 후 2013년 12월에 식약처에서 “모바일 의료용 앱 안전관리 지침(PDF)”이 나왔다. 아래는 ‘[2] 의료기기에 해당하는 모바일 의료용 앱’ 항목 중 하나다. 결론적으로 예시를 통해 전립선암 계산기 앱을 의료기기로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5. 환자 맞춤형 분석을 통해 진단하거나 치료법을 제공하는 앱
의료기기에서 나온 데이터를 입력하여 해석하거나 분석 후 환자 맞춤형 진단이나 치료법을 제공하는 모바일 의료용 앱을 말한다. 예를 들면 유전자검사 결과를 입력하여 분석하고 환자의 특정 암 발병 확률, 병기 등을 진단하는 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경우는 모바일 의료용 앱이 단독으로 의료기기적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앱 자체가 허가(신고) 대상이 된다.
※ 제품예시
– 유전자검사 결과를 분석하여 특정 암의 발병확률 등을 진단하는 앱
– 조직검사 결과 등 환자의 의료정보를 입력하여 환자의 전립선암 발병 확률, 전이 확률, 병기 등을 분석하여 진단하는 앱“모바일 의료용 앱 안전관리 지침” 10쪽
물론 ‘전립선암 계산기’가 제대로 의료기기로 관리해야 할 앱일 수도 있다. 나는 의학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청년의사에 실린 글에서 앱 제작자인 정창욱 교수는”비슷한 종류 앱이 이미 상당히 많이 공개돼 있고 외국에서 만든 앱도 국내에 서비스가 되고 있다.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도 국내에서 얼마든지 접속이 가능한 상황”이라고도 말하기도 했다. 즉, 해당 앱을 의료기기로 보는 것은 과도한 판단이라고 느끼고 있는 듯하다.
그에 반해 그동안 심박센서가 있는 기기를 의료기기로 규정했던 것이 과도한 규제였을 수도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운동·레저용 심박수계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도 의료기기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전립선암 계산기와 같은 앱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하다.) 어찌 보면 내가 상관 관계가 적은 두 개의 사안을 삼성이 껴 있다는 이유로 삐딱하게 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연합뉴스 기사를 읽다보니 마지막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식약처 관계자는 “(갤럭시S5 등은) 현행 기준으로 하면 의료기기에 해당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에 출시하면 의료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번 규정 개정에는 행정예고 20일을 포함해 25일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심박센서 장착 갤럭시S5 ‘의료기기’서 빠진다” 중에서.
이 기사가 실린 3월 17일에서 25일을 더한 4월 11일은 갤럭시 S5의 글로벌 출시 예정일이다. 뭐, 그렇다는 얘기다.
* 이 글은 “Fast is good, slow is better”, 슬로우뉴스에 수정, 보완하여 게재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