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한 지 9주 째가 되었다. 2개월이 지났다. 이전에도 금연을 시도해서 짧게는 며칠, 길게는 반년 정도까지도 해 본 적이 있다. 물론 그때와는 차이가 있다. 예전에는 개인의 의지^^로, 이번에는 보건소의 금연클릭닉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금연클리닉에 가게 된 건 친구 때문이었다. 그 친구는 나보다 더 헤비 스모커였다. 그런데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 상담받고 석 달 이상 금연을 했다. 그걸 보면서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금연에 대한 욕구나 의지가 크게 강한 편은 아니었다. 주변에서 구박도 많이 받고 불편한 점도 있고 하니 그냥 해볼까 정도였다. 그래서 주말에 보건소를 찾았다. 평일에는 갈 수가 없었고, 가까운 보건소는 월 2회 토요일 오전에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금연 보조제 니코틴 패치
흡연 습관에 대해 간단한 설문과 측정을 했다. 상담하시는 분 얘기로는 나는 니코틴 중독 지수가 크게 높은 편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니 중간 단계의 니코틴 패치부터 써보면 되겠다고 했다.
니코스탑은 30, 20, 10의 세 종류가 있는데 숫자가 클수록 패치 크기도 크고 니코틴 함량도 높다. 금연 과정에서 몸에 어느 정도 니코틴을 공급해 금단 증상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보통은 큰 숫자부터 2주씩 6주간 사용하게 한다. 패치는 팔뚝, 허벅지, 엉덩이에 번갈아 붙이되, 한 장을 24시간 사용하고 새 걸로 바꾸면 된다고 한다.
금연 보조 용품 제공
내 경우는 앞서 말한 것처럼 중독 지수가 높은 편은 아니어서 20을 2주, 10을 2주 정도 쓰기로 했다. 그리고 2주마다 금연 클리닉을 방문하기로 했다. 니코틴 패치 외에도 금연 안내 책자, 손 지압기, 쿨키스(은단 대체품), 더미 담배 등도 줬다.
금연 안내 책자에는 흔히 알고 있지만 늘 생각하지는 않는 내용들이 들어 있었다. 담배가 왜 해로운지, 어떻게 끊을지 뭐 그런 내용이었다. 손 지압기는 금단 증상이 있을 때 손에 쥐고 주물주물하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지압기는 안 써봐서 잘 모르겠다.
쿨키스는 은단을 대신하는 조그만 알약 같은 건데 맛이 없다. (…) 껌을 씹든 은단을 씹든 쿨키스를 먹든 금단 증상에는 입에 뭔가 들어 있으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주의할 점은 그래서 금연하고 나면 살찌는 사람이 많다는 건데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oTL
생각보다 할만한 금연
원래 금연 경험담이라고 하면 금연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어떻게 불굴의 의지로 금연을 이루었는지 이런 내용이 되어야 할텐데… 난 그런 게 별로 없었다. 생각보다 금연은 수월했고 금단 증상도 거의 없었다. 스트레스가 많은 날이나 술을 마시면 조금 생각이 나기 했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또 금연 경험담에서 빠질 수 없는 내용 중 하나는 ‘금연하고 나니 이렇게 좋더라’인데, 난 그것도 없다. 헉. 남들은 아침에 일어나는 게 쉬워지고 몸이 가볍고 어쩌고 하는데 난 그것도 별로… 담배값을 아낄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은 거고 나머진 모르겠다. (이런 도움 안 되는 금연 포스팅 같으니라고)
생각해보면 예전에도 금연할 때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다시 피게 되었나 보니, “별로 어렵지도 않은데 다음에도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겠네”라는 생각을 했었던 거다. 이번에는 그런 생각 안 하고 길게 끊어 봐야겠다 싶다. 가능하면 평생.
금연하고 싶으면 보건소에 가 보자
어쨌든 금연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보건소를 찾는 걸 권하고 싶다. 우선 니코틴 패치 등 필요한 물품이 공짜다. 그리고 호흡 측정 등을 통해 현재의 내 상태를 알게 해주는 것도 좋다. 등록해 두면 금연 독려 문자도 계속 보내준다.
물론 개인의 의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세상에는 무척 많고 그중의 하나가 금연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