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 해결 사무소
너무나 억울하다.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도 없다. 법도 해결해 주지 못한다. 아니 해결해준다 해도 너무 가볍다. 그런 그의 눈에 띈 한 장의 명함. “당신의 원한을 해결해 드립니다. – 원한 해결 사무소 – 사회적 말살, 사람찾기, 실질적 살해(가격 상담)” 그는 전화를 들어 명함에 적힌 번호를 누른다.
원한 해결 사무소(쿠리하라 쇼우쇼우, 서울문화사)는 스스로를 ‘원한 해결사’라 칭하는 의문의 여인이 의뢰인의 원한을 해결해 준다는 이야기다. 복수 대행업. 법치 국가에서 사적 복수가 옳은가 하는 질문은 필요가 없다. 만화니까. 하지만 누구나 크고 작은 일로 복수를 꿈꾸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이 작품은 흔한 복수극처럼 용서와 화해로 끝나지 않는다. 엘리트 경찰관료가 일으킨 뺑소니 사건으로 아내를 잃은 노인의 복수, 딸을 폐인으로 몰고 간 강도들에 대한 아버지의 분노 등, 외뢰를 수행하며 원한 해결 사무소는 자비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인정사정없이 철저히 짓밟아 사회적으로 말살시키거나 죽여 없앤다. 상상속 이야기의 살벌함이 독자들에게 주는 통쾌함.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2002년 어느 날, 한 아버지가 딸을 잃었다. 모 기업 회장의 아내가 그의 딸을 자기 사위와 불륜관계라 오해하여, 살인 청부 끝에 죽게 만들었다. 딸은 팔이 부러져 있었고 머리에 6발의 총탄을 맞았다.
재판 기간 동안 그녀는 단 한 번의 반성도 하지 않았고, 용서를 빌지도 않았으며, 죄를 시인하지도 않았다. 2004년 5월, 대법원까지 간 지리한 법정 공방 끝에 그녀와 두 명의 실해범은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실행범 중 한 명의 변호를 맡았던 엄상익 변호사의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여기까지는 법이 스스로의 역할을 다 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2013년이 되자 아버지에게 이상한 소식이 들린다.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그녀가 2007년부터 각종 사유로 형집행정지를 받아 교도소 밖에 있는 하루 입원료가 200만 원이 넘는 호화 병실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
여기까지가 2013년 5월 25일 SBS에서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 –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에 나온 얘기다. 검찰은 이 이야기가 방영되기 나흘 전에 그녀의 형집행정지를 전격 취소하고 재수감했다 한다.
하지만 파헤쳐야 할 진실은 아직 남아 있다. 어떤 의사가 말도 안 되는 진단서를 써 주었는지, 어떤 검사가 이렇게 장기간 형집행정지를 반복적으로 연장해 주었는지, 등등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딸의 죽음 앞에 아직도 자책하고 있는 아버지와 유족들을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