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 질문은 좀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한데, ‘증세는 필요하다(그렇다/아니다)’라는 단순 질문으로 바꾸면 대답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 하지만 제가 뭐 전문 리서치 회사도 아니고 그냥 해 본 거니까 넘어가겠습니다.
시작은 자작나무숲 님의 글과 그에 이은 리승환 수령의 글. 사실 저는 증세와 관련하여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는데, 이 글들을 읽고 왠지 필이 꽂혀서 회사 동료 10명에게 메신저로 간단히 리서치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24~33세의 남,여 각 5명에게 물어보았고, 표본 추출 기준이나 오차 범위 따위는 모릅니다. (…)
1. 복지확대를 위해 보편적 증세(모두에게 조금씩 세금을 더 걷는)가 필요하다. (그렇다/아니다)
- 그렇다 : ■■■■■■■■□□ (80%)
- 아니다 : ■■□□□□□□□□ (20%)
2. 1번 문항에 대해서 귀하 또래의 사람들은 대체로 찬성할 것이다 (그렇다/아니다)
- 그렇다 : ■■■■■■□□□□ (60%)
- 아니다 : ■■■■□□□□□□ (40%)
1번 문항에서는 ‘복지확대를 위해’라는 단서 때문일 수도, 모두에게 ‘조금씩’ 걷는다는 설명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보편적 증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더 많았습니다. ‘아니다’는 모두 남성에게서 나왔지만, 딱히 성별에 의해 입장이 나뉜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그리고 이어지는 2번 문항에서는 ‘그렇다’의 답변이 20% 줄어들었습니다. 1번 문항에서 ‘그렇다’고 답변한 인원의 25%(2명)가 2번 항목에서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반면, 1번 문항에서 ‘아니다’라고 답변한 인원 은 모두(2명) 2번 항목에 대해서도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참고로, 그런데 작년 서울경제의 “복지는 Yes 증세는 No?” 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의 57.6%가 복지비용을 늘려야 한다고 답변한 반면, 복지재원 확보를 위한 증세에는 20.9%만이 찬성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익명을 전제로 한 설문조사를 해 보면 증세에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면 이 기사를 소개하지 개인적인 설문 조사는 왜 했냐고 물으신다면… 심심해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3. 1번 문항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왜 반대를 한다고 생각하는가? (주관식)
- 세금 증가에 대한 부담 (5명) : 먹고 살기가 빡세서. 내 수중에서 세금이 더 나가는 것은 불만. 소득 불안정. 저소득층의 부담 증가.
- 부자 증세가 더 적합 (4명) : 고소득층이 세금 부담을 더 해야.
- 세금을 올바르게 사용하면 문제 없다 (3명) : 세금을 내는 만큼의 복지 효과를 정부가 내지 못하고 있다, 혹은 그럴 것이다. 다른 곳에 사용되는(사대강이라던가 사대강이나 사대강이던지) 세금을 적정한 곳에 쓴다면 복지가 가능.
- 기타 (2명) :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복지보다는 정치/사회적 안정이 더 필요. 오히려 부자들이 반대할 것이다(사회복지 없이도 잘 살 수 있는데 내 돈을 왜 써)
이 문항은 몇 가지 의견을 복합적으로 내 주신 분들이 있어서 총합이 10이 넘습니다. 역시 세금 증가 자체에 대한 부담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부분은 세금의 올바른 사용이라는 답변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하자면, 세금을 더 내서 나한테 좋은 점이 있다는 확신이 없으니 부담이라는 거죠. 게다가 이 정권께서 워낙 삽질을 많이 하는지라 그런 생각이 당연하기도 하겠구요. (그렇다고 결론은 닥치고 투표 뭐 이런 건 좀 곤란하고…)
‘보편적 증세’는 단순하게 일괄적인 비율/금액을 부담하자는 얘기가 아니지만, 단어 자체만으로는 어느 정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주식투자, 부동산 시세차익 등에 대한 과세라던가, 최고 한계 세율 구간의 신설 등 증세의 방법론적인 부분과 함께, 어떻게 증세를 복지로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인 내용 등 관심 가져야 할 분야가 많더군요. 물론 제가 위에서 링크한 것과 같은 훌륭한 글들을 읽다 보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되겠죠. 🙂
쓰다 보니 설문조사 자체는 영 쓸데없는 잉여짓이었던 것 같긴 한데(oTL)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 이런 주제로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덕분에 포스팅 거리도 생기고. 아무튼 제 잉여짓에 참여해 주신 열 명의 동료들께 감사드려요. (메신저 차단하진말아 주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