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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 1: 문경 십자가 시신 사건, 그리고 『용오』

문경 십자가 사건을 출근길 지하철에서 처음 봤을 때 등 뒤로 식은 땀이 흐를 정도로 섬찟하더군요. 자살인지 타살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사중이라고 합니다.

종교적인 열정이 육체적인 고통을 이겨내게 할 수 있는가. 문경 십자가 시신 사건을 접하면서 『용오』의 첫 번째 에피소드 ‘1st Negotiation’가 떠올랐습니다. (이전 글 “[타임캡슐] 『용오』 초인적인 협상가의 지적인 액션”, “『용오』 북한 관련 에피소드로 후속권 못 나오나” 참조)

주인공 용오는 협상 전문가로, 파키스탄의 반정부 이슬람 과격파들에게 납치된 의뢰인의 아버지를 구출해야 합니다. 납치범의 수장은 알라신의 가호를 받는 용자가 아니면 협상할 수 없다고 하며 이미 처음 온 협상가를 죽인 바 있습니다. 게다가 반정부군에게 몸값을 가게 할 수 없다며 인질까지 죽이려 하는 정부군까지 뚫어야 하는 상황에서, 용오는 출국 전 대학교 시절의 은사(전정)를 찾아갑니다.

  • 용오 : 사실은 전쟁심리와 종교의 관계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종교적인 열광이 공포심을 어디까지 없앨 수 있는가를.
  • 전정 : 자네가 그런 걸 모를 리는 없을 텐데…
  • 용오 : 신앙은 자신의 목숨조차 희생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싶은 건 구체적인… 즉 상처나 죽음의 고통까지도 극복할 수 있는지…
  • 전정 : 극복할 수 있는지…? 신앙… 아니, 정의의 확신이라고 해도 좋아. 그것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지! 육체적인 고통과 죽음의 공포도 인간의 의식에 지나지 않아. 이 책을 읽어 봤나? 칼로 자신의 목을 내리친 남자. 게다가 그는 그 목을 들고 걸었다고 하더군. 그 외에도 화형을 당해 온 몸이 재가 된 상태로도 기고를 했다고도 하지.

(중략)

  • 용오 : 선생님은 이것들이 사실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전정 : 당연하지! 나도, 자네도 할 수 있어. 다만, 사회적인 배경이 중요할 뿐이야. 그들은 하나같이 권력으로부터 박해를 받고 있어. 궁지에 몰렸을 때 신은 나와 함께 한다는 열광에 빠지면…
  • 용오 : 아픔조차 느끼지 않는다.

(중략)

  • 전정 : 이럴 경우 종교적 열광은 절대적이 아니면 안 돼. 다른 자와 비교하는 그 순간.
  • 용오 : 신비의 힘은 소멸되고 만다! 신과 자기와의 동화로군요!
  • 전정 : 그것도 절대적인 동화다!!

(중략)

  • 전정 : 잘 새겨 둬. 지금의 얘기를 연출하는 것은 무리야. 오히려 죽는 게 나을 정도의 고통을 맛보게 돼.

『용오』 1권 중에서.

어찌어찌하여 납치범들의 소굴까지 도달한 용오. 그러나 그들은 동양인이 용자일 리 없다며 용오를 웃옷을 벗긴 채 한낮의 태양 아래 큰 돌 위에 묶어 놓죠. 목이 타고 살이 익어 돌에 쩍쩍 들어붙는 고통 속에서 용오는 코란을 외우며 버팁니다. 당연히 납치범들 사이에 동요가 일고 결국 납치범의 수장 앞에서 얘기를 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알라신의 가호를 받는 용자라면 고통이 없을 거라며 던져준 칼을 용오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자신의 팔에 찔러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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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용자로 인정받은 용오는 협상에 성공하고 정부군의 추적까지 따돌리고 인질을 탈출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협상가로서 훈련 받은 육체와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배경과 만화적인 과장을 감안하더라도 후덜덜한 장면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난 문경 십자가 시신 사건의 경우, 자살이라고 한다면 그 고통을 과연 견딜 수 있었을까요? 본인이 스스로 십자가에 허리를 묶어서 매달린 다음 발에 못을 박고 손에 드릴로 구멍을 뚫은 다음 미리 박아둔 못에다 찔러 넣었다고 생각하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몸서리가 쳐지는군요. 저는 기독교인이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이런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자살이든 타살이든) 과연 신의 뜻일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네요. 소위 이런 ‘만화 같은’ 일은 만화 속에서만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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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