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인간이란 존재가 사라진다면 이 지구는 얼마나 깨끗해질 것인가… 이번 주 타임캡슐은 저에게 있어 최고의 만화 작품인 『기생수』입니다. (타임캡슐이란, 클릭)
[타임캡슐] 『기생수』 묵직한 주제를 만화적 재미와 감동으로 버무린 역작
이 세상에서 인간이란 존재가 사라진다면 이 지구는 얼마나 깨끗해질 것인가…
누군가가 이런 생각을 품고 인간을 없애고자 한다면 그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조용히 지구에 대한 죄를 인정하고 조용히 사라져가야 하는 걸까요. 학산문화사에서 11권으로(요새는 권수도 가물… -_-;;) 완간된 ‘기생수’는 인간과 세계와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수작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철학적인 단어들을 늘어놓는 그런 어려운 작품이라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구요.
이 작품에 등장하는 ‘기생수’는 어디서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그저 모든 생물이 살기 위해 무언가를 먹는 것처럼, 이 ‘기생수’는 인간의 몸 속에 침입하여 인간을 먹어 치우라는 본능에 따라 행동할 뿐입니다. 게다가 인간과 맞먹는 지적 능력을 갖춘 생물인 것입니다. 인간의 몸 속에 들어가서 인간의 전부를 장악하고 몸 전체를 여러 가지 모양으로 자유롭게 변화시킬 뿐 아니라 에너지를 얻기 위해 인간을 계속해서 먹어 치워야 합니다.
그런데 주인공의 몸 속에 침투한 기생수는 주인공의 갖은 반항 끝에 몸 전체가 아닌 오른손만을 장악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주인공과 기생수의 기묘한 공생관계가 시작되는 것이지요. ‘오른쪽이’라는 이름으로. 한쪽은 인간의 일원으로서, 한쪽은 인간을 멸종시키려는 기생수의 일원이라는 갈등 속에서 우정을 쌓아나가는 모습은 남성 버디 무비 스타일을 닮아 있습니다. 물론 기생수를 남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요. ^^
이 만화의 장면장면은 상당히 엽기적이고 충격적이긴 합니다. 인간을 완전히 지배한 다른 기생수의 머리 부분이 사과껍질 벗겨지듯이 벗겨진 다음 칼처럼 날카로와져서 머리를 뎅겅~ -_-;; 그 외에도 기생수와 인간의 전쟁은 상당히 스릴이 넘칩니다.
인간 외의 존재가 인간 몸 속으로 침투하여 인간을 지배한다는 컨셉은 상당히 많은 영화나 소설, 만화 작품 속에서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 만화의 여러 기생수 캐릭터와 인간 캐릭터들은 상당히 생동감이 있을뿐더러 끝까지 다 읽고 났을 때 마음 속에 와 닿는 무언가 묵직한 것이 있는 그런 작품입니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사람이 살기 위해 다른 동물을 잡아 고기를 먹는 것과 우리들이 고기를 먹는 것이 무엇이 다른가, 우리들은 사람을 먹어야만 살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을 먹는 것 뿐이다’라는 기생수의 항변입니다. ‘살기 위해서’가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서도 수많은 살생을 하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약간 묵직한 느낌이 들게 소개를 하긴 했지만, 만화적인 재미에도 무척 충실한 수작입니다. 할 얘기가 참 많은 작품이긴 하지만 더 설명하다가는 줄거리를 다 말하게 될 듯 하여 이만 생략하고, 역시 별 다섯 개로 강력 추천합니다.
Written by 뗏목지기
(2000-11-29)
현재 시점에서 덧붙임
- 『기생수』는 이와하키 하토시의 작품으로, 나중에 애장판 전 8권으로 재발간되었습니다.
본문과 상관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만화
- 히스토리에 / 글,그림 : 이와아키 히토시 / 서울문화사 / 발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