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추석 추천 웹툰: 극장엘 왜 가? 웹툰이 있는데! [슬로우뉴스]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아 한 해 농사의 결실인 햇곡식과 햇과일을 함께 나누며 조상에 대한 고마움과 가족 간의 정을 확인하기 위해 민족 대이동이라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멀고 힘든 귀경길을 마다치 않고 역이나 터미널로 향하다 운 좋으면 방송사 카메라를 만나 가족을 만날 생각을 하니 하나도 힘들지 않다며 방긋 웃을 2014년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헉헉)

아무도 연재인 줄 몰랐겠지만 1년에 두 번 연재되는 추천 웹툰 코너가 추석을 맞아 다시 돌아왔다.

앞선 글에서는 ‘잉여로움’을 중심에 놓았었다. 하지만 사실 명절이라고 모두가 잉여로울 수는 없다. 누군가는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만일에 대비할 것이고, 누군가는 ‘요리->상차림->치우기->설거지-요리’의 무한궤도를 돌며 속을 끓여야만 할 것이다.

이렇듯 웹툰을 정주행할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는 생활툰이 제격이다. 보통 생활툰은 한 회차가 하나의 에피소드로 되어 있다. 그래서 어느 편을 클릭해 보더라도 큰 부담이 없다. 물론 생활툰도 작품에 따라 큰 줄기를 이루는 줄거리가 있기도 하다. 그리고 캐릭터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차례로 보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 편 한 편 떼어서 봐도 부담이 없는 것이 바로 생활툰이다. 바쁜 와중에 잠깐의 여유가 날 때, 화장실에 들러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때, 하루를 마무리하며 잠들기 직전에 하나씩 들여다볼 수 있다.

이런 세 편의 생활툰에 이어 극장이 필요없는 영화 같은 스케일의 웹툰 세 편, 정주행 추천 웹툰 세 편, 그리고 추석 연휴를 날려버릴 끝판왕 한 편을 준비했다. 스크롤이 끝날 때까지, 서비스, 서비스!

틈날 때마다 하나씩, 생활툰

즐거우리 우리네 인생 (현이씨, 올레마켓웹툰)

즐거우리 우리네 인생

요즘 가장 핫한 생활툰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즐거우리 우리네 인생”이라 하겠다. 매화마다 독자들이 무릎을 치며 공감하는 명대사가 빠지지 않는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나오면 장면장면들이 짤방으로 만들어져 소셜 미디어에 퍼진다.

그들보다 초라한 자신에게 실망하고 자신조차도 사랑해주지 않는 자신의 빈 가슴에 중독된 무언가를 채워넣는 것이다.

EP71 – 슬픈 중독자 중에서.

그렇다고 해서 웃음을 배제한 작품은 아니다. 빵빵 터진다. 특별할 것 없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보았을 법한 남루한 흑역사를 생활툰의 기본적인 미덕인 ‘공감’과 ‘웃음’으로 버무려 독자들을 빠져들게 하는 이 작품, 추천한다.

윌유메리미 (마인드C,  네이버웹툰)

윌유메리미소위 ‘결혼장려웹툰’이라고 부르는 웹툰들은 많다. 하지만 결혼은 꼭 해야 하느냐는 질문과 누구나 다 짝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현실에 부딪히면 “하이고 의미 없다”가 되어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에서부터 커플 냄새가 팍팍 풍기는 “윌유메리미”를 추천하는 것은 당연히 재미있기 때문이다.

“윌유메리미”는 섬세한 서울 남자 윌이 띠동갑에 활달한 부산 여자 메리를 만나 사귀는 이야기다. (띠동갑 얘기에 흥분하진 말자.) 연애 초기의 두근거림과 알콩달콩한 분위기에 때론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물오른 작가의 개그감이 보는 내내 입가에 웃음을 띠게 한다. 다만 매화 마지막에 붙어 있는 다음 화 예고 컷 때문에 나도 모르게 정주행을 시작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술꾼도시처녀들 (미깡, 다음웹툰) 

술꾼도시처녀들이 작품, “술꾼도시처녀들” 조금 위험하지만 들이밀어 본다. ‘술도락’을 즐기는 세 여인네의 이야기다. 개성 있는 30대 미혼 세 명의 이야기와 술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 소소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초기의 불안정한 구도와 허전한 연출도 연재가 계속되면서 무척 좋아졌다.

앞서 이 작품이 위험하다고 한 이유는 안주를 중요하게 취급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화 마지막에 ‘오늘의 안주’ 실제 사진을 떡하니 붙여놓는다. 그러니 이 작품을 볼 땐 당장 집을 박차고 나와 술과 안주를 찾아 헤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어차피 연휴라서 문 연 곳도 거의 없을 거고.

힘들게 극장엘 왜 가? 영화 같은 웹툰이 있잖아

쓸개 (강형규, 다음웹툰) 

쓸개

조선족 여인의 아들로 태어나 호적조차 없이 살아온 쓸개라는 이상한 이름의 청년이, 어머니가 한국으로 오면서 빼돌린 금괴를 현금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쓸개는 금세 자신의 친부이자 금괴의 원래 주인이며 조폭인 길학수의 추적을 받게 된다. 추적을 피해 금을 처분하려고 조선족 밀입국, 밀수 전문 브로커인 장차식과도 손을 잡지만 그 또한 믿을 수가 없다.

“쓸개”는 이렇듯 저마다의 욕망을 가진 인물들이 서로를 의지하고 또 의심하면서 얽히고설키는 과정을 잘 담고 있는 작품이다. 적절한 분량 안에 밀도 있게 이야기를 진행하는 솜씨가 뛰어나며 연재 종료와 함께 영화화 계약도 진행되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 중 유일하게 유료인 작품이지만 전 화를 보는데 2,000원이면 충분하다. 극장에서 영화 한 편을 보든, IPTV에서 유료 영화를 한 편 보든 이보다 저렴할 수는 없다. 결제해도 괜찮아.

단장 (이윤균/이제헌, 카카오페이지)

단장조선왕조실록 중종 22년 6월 25일과 26일의 기록에는 ‘궐내에 요괴한 일이 생겼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없다.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가. 오위도총부 무관 김예달이 괴물이 죽인 아들의 원수를 갚고자 그 뒤를 추적하면서 궁중 암투의 진실에 다가가게 되는 이야기.

“전설의 주먹”의 그림을 맡았었던 그림 작가 이윤균의 박력 있는 그림과, 드라마 “무사 백동수”의 원작 만화 “야뇌 백동수”를 만들었던 이재헌의 장기인 역사와 무예, 무기에 대한 지식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귀찮게도 모바일에서 카카오페이지 앱을 설치해야만 볼 수 있다. 그래도 재미있으니 참아주자.

하이브 (김규삼, 네이버웹툰)

하이브웹툰 “하이브”는 일반적인 재난물과는 달리 거대화된 벌레들로 인한 재난이 배경이다. 그냥 봐도 징그러워서 닭살이 돋고 손발이 꼬이는 이런 벌레들이 인간보다 훨씬 더 큰 크기로 등장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그로테스크한 공포감을 맛볼 수 있다.

과학 및 군사적 고증에서 일부 오류가 있다는 평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장르 특성에 맞게 이야기를 잘 끌어가고 있다. 또한 스크롤 방식의 기존 웹툰이 아닌 터치 방식의 스마트툰 효과를 잘 살린 연출 또한 장점이다. 물론 징그럽긴 하다. 징그럽다. 분명히 말했다.

드라마를 보듯, 그래도 웹툰은 정주행이 제맛

호구의 사랑 (유현숙,  다음웹툰)

호구의 사랑우연한 하룻밤을 보낸 후 아이만 남기고 사라진 고교동창 윤서희를 찾는 공무원 준비생 강호구. 그가 아이를 돌보며 서희를 찾는 와중에, 자신의 쌍둥이 여동생과 또 다른 남자 동창까지 얽히고설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tvN에서 “이웃집 꽃미남”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전작 “나는 매일 그녀를 훔쳐본다”에서처럼, 이 작품도 뚜렷한 개성의 네 주인공의 관계로부터 생기는 사건들을 흥미롭게 잘 다루고 있다. 탁월한 로맨틱 코미디 감성의 작품. 

괴물같은 아이돌 (이원식/민홍, 다음웹툰) 

“도사랜드”괴물같은 아이돌를 통해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구축을 보여준 이원식과, ‘배추도사무도사’라는 팀 이름으로 “오! 마이 레이스”를 그렸던 민홍의 스타일리시하고 매력적인 그림체가 만났다. 인간들 속에 숨어 사는 흡혈귀, 늑대인간, 미라, 인조인간으로 이루어진 최고 인기 아이돌 그룹 ‘리얼 몬스터’의 이야기를 담은 “괴물같은 아이돌”이다.

물론 생계를 위해 비밀 준수, 연애 금지 조건으로 리얼 몬스터의 스타일리스트가 되었지만, 그들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되는 평범한 그녀 또한 빠지지 않는다. 오락가락하는 그녀의 마음을 따라가면서, 당신도 네 명의 개성 있는 미소년들 중 한 명을 골라 팬이 되어 보자. 

오성X한음 (유승진, 네이버웹툰) 

오성X한음흔히 오성과 한음은 어린 시절부터 가깝고 친한 친구로 알려졌지만 그렇지는 않다. 실제로는 나이도 오성이 다섯 살 많았고, 처음 만난 것도 오성이 스물세 살 경이었다. 하지만 민담과 설화에서처럼 재기 넘치고 우정 또한 돈독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런 두 사람을 마치 셜록과 왓슨처럼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커플로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끌리는 작품이 바로 네이버웹툰 “오성X한음”이다.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걸맞은 독특한 추리와 수사 기법에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이 결합하면서 독특한 스타일이 된 작품이다. 제목의 X에서 무언가 느낀 당신, 그 생각 맞다. (뻥)

추석 연휴를 날려버릴 웹툰 끝판왕

노블레스 (손재호/이광수, 네이버웹툰)

 

노블레스

길게 설명하진 않겠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웹툰. 2007년 12월 30일부터 2014년 8월 25일 현재까지 6년이 넘는 긴 시간을 연재한 네이버의 장기 히트작 “노블레스”다. 장르는 학원 뱀파이어 배틀물. 혹자는 “노블레스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보고도 정주행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도 한다. (근거는 없다.)

지난 추석의 “덴마”, “신의 탑”의 뒤를 잇는 연휴 끝판왕. 정주행하다 보면 어느새 추석 연휴는 끝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모두모두 해피 웹툰 추석!


slownews-logo1.png* 이 글은 “Fast is good, slow is better”, 슬로우뉴스에도 게재하였습니다 *

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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