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X, 보석글, GW베이직, Mdir 등등, 옛날 컴에 대한 추억

페이스북 친구분이 올리신 첫 PC에 관한 기억을 읽고 나도 한 번 더듬더듬. 트위터에 올렸던 글들을 다듬어 씁니다.

제가 처음 접한 컴퓨터는 옆집 형제의 MSX 컴퓨터였습니다. 사실상 게임기에 더 가까왔는데 그걸 아셔서 그런지 제가 아무리 졸라도 부모님은 사주지 않으셨고, 덕분에 전 옆집에서 노는 시간이 많아서 민폐를 끼쳤었죠. 그 다음에 접한 것은 (아마도) 도서관 컴퓨터실의 애플II 컴퓨터였습니다. 어쩌다보니 컴퓨터 강좌에서 베이직을 배웠는데, 이게 너무 재미있어서 집에서 노트 펼쳐 놓고 코딩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모습을 보고서도 애플II를 사주지 않는 부모님이 너무 야속했던 기억이 나네요.

MSX Turbo-R 파나소닉/마츠시타 FS-A1GT (출처 : 엔하위키)

그러다 드디어 1989년에 삼보컴퓨터의 XT PC를 구입하게 되었는데, 교사셨던 아버지의 업무 목적으로 구입한 걸 알고 왠지 실망했었습니다. (그렇게 사달라고 졸랐는데도 안 사주시더니!) 사양은 허큘리스+한글도깨비, 5.25인치 2FDD, HDD 없음. 640KB 메모리, 14인치 모니터 이랬습니다. OS는 PC-DOS, 워드는 보석글을 썼었죠. 그러다 WISWIG을 지원하는 아래아한글을 접하게 되면서 신세계가 열렸습니다. 정말 신기하더라구요. 글자 확대가 화면 상에서 바로 딱!

게임은 테트리스와 페르시아 왕자를 정말 열심히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페르시아 왕자는 엔딩 보려고 잡지 공략집도 찾아보고 그랬던 거 같아요. 단색 화면인데도 페르시아 왕자의 그래픽은 꽤나 섬뜩했었죠. 길에 설치된 톱날에 몸이 댕겅하거나 높은 데서 떨어져서 콰직하는 장면은 완전 감정 이입되어서 꿈에 가위 눌리고 그랬었습니다. ^^;;

페르시아의 왕자 (출처 : 펀펀라이프)

책을 사서 GW베이직도 열심히 공부했었죠. 그걸로 숫자 야구 게임을 텍스트 치고는 엄청 화려하게 코딩해서 만들었는데, 실수로 소스 다 날리고 가슴 쥐어뜯었던 기억도 나고. 지금 생각해도 아쉽네요. 그리고 예루살렘 바이러스 때문에 V2(V3 전신)가 실린 월간 마이크로소프트 사고, 컴퓨터 상가 돌아다녔던 기억도 나구요.

한 1년을 2FDD로 버텼는데, 불편하긴 했죠. DOS 디스크로 부팅을 하고, 아래아한글 디스크로 갈아 끼고 작업하다가, 인쇄를 하려면 인쇄 기능이 든 디스크로 또 갈아 끼고 이런 식이었으니까. 어쨌든 그러다가 당시로서는 거금을 들여 20M(기가 아님 메가임) 대용량(!) HDD와 4.8kbps 초고속(!) 모뎀을 구입하여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키텔 등을 접하며 신세계로 진입… 20M HDD는 너무 대용량(!)이어서 파일 관리하는 게 골치였는데, 혜성처럼 등장한(알게된) Mdir이 모든 고민을 해결해 주었었죠. PC툴즈와 노턴 유틸리티도 기억이 새록새록. PC통신하면서 ‘이야기’도 엄청 열심히 썼었고.

그러다 C언어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 “터보C정복”을 구입해서 베개만한 그 책을 몇 번을 정독했었습니다. 그때는 포인터도 잘 이해하고 그래픽 메모리를 직접 억세스해서 움직이는 그래픽 이미지를 구현할 정도로 총명한 아이였는데 지금은… (먼산) 어쨌든 이렇게 생각하니까 참 여러가지 것들이 떠오르네요. DOS 시절만 얘기해도 이 정도고, 윈도우즈부터는 더 많은 얘기들이 있죠. 윈도 3.0의 그 조악한 만듦새부터 접하기 시작했으니… 그러나 글이 길어지고 있으므로 일단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

 Mdir (출처 : 엔하위키)

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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