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자연보다 도시가 좋다

RSS로 늘 보고 있는 수시아 님 블로그에서 “자연보다 도시가 좋다.”를 읽고 짧은 단상. 이 글을 읽고 있자니 몇몇 문장이 평소의 내 생각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아서. 특히 첫 두 문단.

나 역시 서울은 아니지만,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어린 시절 소위 ‘시골’에 대한 유일한 접점이라고는 작은 할아버지 댁이었는데 여기도 기껏 일년에 두세번 갈까말까했다. 남아 있는 기억이라고 해야 마당을 가로질러야 갈 수 있는 푸세식 화장실, 한겨울 외에는 지긋지긋하게 날아다니는 날벌레들, 비만 오면 발이 푹푹 빠지는 진창길 정도? 뭐, 요즘은 시골이라고 이 정도로 불편하진 않다는 것도 잘 알지만.

주변에도 ‘은퇴하면 전원 생활’ 얘기들을 많이 하긴 하는데, 나는 정말로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그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물론 그렇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도시에서 살고 싶다’고 얘기하면 사실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거든. 사람 좀 삭막하게 보기도 하고. 물론 내 안에 삭막함이 없지 않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말이지. 어쨌든 그렇다 보니 수시아 님의 글이 조금은 반가왔는지도 모른다. ‘도시와 마천루의 아름다움’을 더 크게 느끼는 것은 나만이 아니었어! 뭐 이런 거?

물론 수시아 님의 글 세 번째 문단부터는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부분이 있다. 나는 어떤 식으로든 자연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보긴 하는데, 문제는 세심함이 아닐까 싶다. 이득과 문제점에 대한 정보의 공개와 토론, 피해당사자에 대한 면밀한 대안 제시 등등. 청계천이나 한강 르네상스, 4대강에는 이런 세심함 따위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으니 ‘한 줌 토건족들의 이익을 위한 환경 파괴’라는 말을 들어도 별 수 없는 거겠지.

아무튼 참 두서 없는 얘기였다.

덧 : 환경 얘기가 나와서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종이컵으로 인해 생기는 환경 문제와 종이컵 대신 쓰는 일반컵을 물과 세제로 씻어서 생기는 환경 문제 중에 더 심각한 건 도대체 어느 걸까? 이런 걸 구체적인 데이터로 정리한 건 없는지 궁금. (2011-07-13 추가 : 신비님께서 댓글로 관련된 내용을 달아주셨음. 감사합니다. :))

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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