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애니메이션 –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대학 시절, 내가 속해 있던 단체에서 애니메이션 상영회를 열었었다. 말하자면 나는 주최측이었고, 행사를 잘 끌어야 할 책임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상영되자마자 눈을 뗄 수가 없었고, 어느 샌가 구석자리에서 영화에 몰두하고 있었으니까.


내 인생의 애니메이션 –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 1984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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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4 Tokuma Shoten Publishing, All Rights Reserved.


사실 만화책에 대해서 가지는 관심에 비해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은 정말 없는 편이었다. 대학 시절, 만화방만 가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만화에 비해 애니메이션은 접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일본문화가 개방되기 전이기도 하고 인터넷이 있던 시절도 아니어서(아, 이런 멘트 치면 나이가. ㅡ,.ㅡ;;) 애니메이션을 구하기 위해 들여야 되는 노력이 큰 탓도 있었다. 귀차니즘의 황제인 나로서는 대학 축제에서나 PC통신 동호회 같은 데서 주최하는 상영회가 애니메이션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사실 이런 상영회는 엄밀히 불법이다.) 어쨌든 그런 상영회를 내가 속한 단체에서 열게 되었으니 첨엔 약간 기뻤는데, 생각해보니 주최측은 행사장 정리며 안내 같은 것도 해야 하니 애니메이션을 앉아서 느긋하게 볼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뭐, 포기해야지.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지브리의 전매 특허인 비행 액션, 작품을 관통하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테마 등, 아, 정말로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깊은 의미와 재미, 감동을 함께 담을 수 있구나 하는 충격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끝날 때쯤 내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던 듯 하다. 아마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처박혀서 약간은 눈치를 보면서 끝까지 봤던 듯 한데, 상영이 끝나고 난 뒤에 선배들에게 눈총을 좀 받긴 했지만 그 때의 충격과 감동이 아직도 선하다.

그 전에도 후에도 여러 애니메이션을 접하기는 했지만, 역시 나에게 ‘애니메이션’ 하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다. 아주 오랜만에 떠올린 나우시카, 시간을 내서 꼭 다시 한 번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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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