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새벽 1시 30분경)에 안 자고 빨래 개다가 생각나서.
1.
아침에 참 못 일어난다. 저혈압은 핑계고(…) 지금은 게을러서임을 아는데, 덕분에 고생했던 사람은 어머니고 현재 고생하는 사람은 아내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나를 깨우다 지친 아내가 내게 두 가지를 얘기한 적이 있다. “첫째로 나는 오빠(라고 부른다)의 엄마가 아니며, 둘째로 엄마라도 이래야 할 이유가 없다.” 백 번 맞는 말이다. 듣자마자 완전 수긍.
요즘은 예전보다는 깰 때까지 아내가 부르는 횟수가 줄긴 했는데, 아직도 멀었다. 보통 아내가 나를 깨우는 건 20분 간격으로 세 번 설정한 알람이 모두 울린 다음인데… 인간적으로 알람 울리면 좀 일어나자(라고 나 자신에게 말함).
그런데 오늘 아침에도 아내의 “쫌!” 하는 소리 듣고 일났다. ㅠㅠ
2.
아이가 태어나고 맞벌이를 할 때는 아침 시간이 정말 바빴는데, 이 때도 내 아침잠이 늘 문제였다. 어린이집 가방에 필요한 것들을 챙기는 것도 대부분 아내 몫이 되어 버려서 많이 힘들어했다.
이거 때문에 다투다가 내가 무심코 이런 말을 했다. “자기는 아침 잠이 적은 편이니까 할 수 있는 사람이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되나?” 우리는 평소 집안 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 하자 주의였다. 누군가 야근하면 다른 한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하고, 둘 다 야근하면 집안 일은 좀 미루고.
그래서 그런 말을 한 거였는데, 아내가 듣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 아침잠 많은 사람이야. 학교 다닐 때 아침에 아빠가 때려서 깨우고 그랬어. 난 그냥 아침에 일어나야 하니까 일어나고 챙길 건 챙겨야 하니까 하는 거야. 오빠는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니까 안 하는 거고.”
충격 먹었다. 완전 수긍 투(2). 그러게. 난 왜 아내가 아침잠이 적다고 생각했을까. 아내가 아침형 인간이고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가져서 성공했으면 나같은 놈이랑 결혼했을 리가 없잖아. (음?)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3.
이건 좀 다른 얘긴데, 나는 주변 사람들이 내 문제에 아내를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내 살은 내가 빼고 내 옷은 내가 알아서 골라 입고 머리도 할 때 되면 내가 한다. 아니 왜 내가 살 쪘는데 아내한테 뭐라는 거냐고. 난 어린애가 아니라규. (사실 그 소리 듣기 싫어서 2년 전에 8킬로 뺌. 지금 다시 3킬로 늘어서 비상이지만)
4.
한국 사회에서 수십 년을 산 남성이 아무리 머리로는 양성 평등을 지향해도 몸에 배게 하는 건 수십 년이 지나도 쉽지 않다. 평생을 고민하고 수시로 나를 돌아보지 않는다면. 그래서 늘 미안하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잘 못 하는 게 함정ㅠㅠ).
일단 지금은 갠 빨래 옷장에 넣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