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세대들은 각종 프로그램에서 ‘저장’을 뜻하는 아이콘이 디스켓이라는 걸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은 쓰이지 않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겠다. 마찬가지로 비디오 테이프도 거의 흘러간 유물이 되어 거의 쓰이지 않는다. 요즘 비디오(동영상)는 대부분 mp4, mkv 등 디지털 포맷의 형태로 HDD/SSD나 네트워크 상에 존재하게 되었다.
하지만 본가에 가면 예전에 촬영하거나 녹화해 둔 비디오 테이프들이 많이 있다. 할머니 회갑잔치, 동생 중학교 발표회 등 나름 추억이 담긴 것들이다. 더 늦기 전에 디지털화해야겠다 생각하고 몇 개를 가지고 올라왔다. 장비를 구매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가격도 만만치 않고 시간도 너무 많이 걸려 큰 이득은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변환 서비스를 해 주는 곳을 찾아보다 ‘오븐 클라우드’를 알게 되었다.
오븐 클라우드는 비디오 테이프 변환 서비스가 주업이 아니라 동영상 저장 서비스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동영상을 업로드해 웹, 모바일 앱, 크롬 캐스트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가입하면 기본 5GB의 용량이 주어지고 월 4.99달러(연 49달러)를 내고 프로로 업그레이드하면 200GB의 용량을 쓸 수 있다. (프로 업그레이드에 관한 내용은 가입하면 볼 수 있다.)
비디오 테이프 업로드 서비스는 2015년 1월 말경부터 시작했다. 계정 당 최초 2개까지는 무료로 변환해준다. 배송비는 고객 부담이다. 3개째부터는 개당 6,000원인데 2015년 3월 31일까지는 3,000원으로 할인해준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한 달간 프로 계정으로 업그레이드도 해준다. 이용 절차는 아래와 같다.
- 오븐클라우드에 가입한다.
- 비디오 테이프 업로드 서비스 페이지에서 신청서를 작성한다.
- (3개 이상인 경우) 변환 비용을 계좌이체로 입금한다. 온라인 결제가 없는 것은 아쉽다.
- 비디오테이프를 내 계정 아이디를 쓴 메모와 함께 잘 포장해서 발송한다.
- 내 계정에 변환된 비디오가 업로드되길 기다린다.
- 업로드 후 검토를 완료하면 비디오 테이프가 다시 돌아서오기를 기다린다.
진행 상황은 비디오 테이프 업로드 페이지에서 자세히 알 수 있다. 결제, 테이프 수령, 작업 등 모든 절차를 표시해 준다. 채팅창 스타일의 문의/답변 란도 마음에 들었다. 내가 보내준 테이프의 녹화 모드 때문에 변환 후 문제가 있었던 테이프가 2개 있었는데 이 부분도 친절하게 잘 처리해주었다.
VHS 형식의 비디오 테이프는 노멀 모드 외에 EP 모드, SLP 모드 등이 있다. 테이프를 느리게 회전시키면서 녹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한정된 길이의 테이프에 더 많은이분량을 녹화하게 해 준다. 그런데 처음에 내가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아 일반 녹화물로 변환이 되었다. 이렇게 변환된 녹화물을 재생하면 마치 빨리감기한 것처럼 재생된다.
변환에 쓰인 장비가 EP/SLP 모드를 지원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별 기대없이 문의하기 란에 내용을 올렸다. 그랬더니 장비를 구해서 다시 변환해주겠다(!)고 답해 주었다. EP/SLP 모드로 녹화된 테이프의 변환 결과를 보니 무려 4시간 이상 분량이었다. 욕나올 수도 있는 분량의 테이프를 장비까지 구해가며 전환해 준 오븐클라우드에 감사한다.
비디오 테이프 변환 이후로 오븐 클라우드 서비스 자체를 많이 써보진 않았다. 아이폰 앱도 얼마전에 나왔다는 걸 이제 알아서 아직 써보질 못했다. 자막 파일을 동영상과 함께 업로드하면 스트리밍 재생시 함께 보여준다거나 파일 크기의 제한이 없고 폴더째로 타인에게 공유해줄 수 있는 등 나름의 특색이 있는 서비스다. 좀 더 써 보고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다시 다뤄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