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 [하버드와 구글에서 내가 배운 것](이시즈미 토모에, 인사이트앤뷰)은 올레 멤버십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것이다.
사실 자기 계발 부류의 책은 내가 싫어하는 장르(?) 중의 하나다. 그런 부류의 책은 대체로 천편일률적으로 소위 성공의 원인을 단순하게 일반화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읽다 보면 불쑥불쑥 이런 생각이 든다. 누구나 그대로 실천하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나? 아니 그 이전에 (특별한 사람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실천이 가능한 것이기는 한가? 뭐, 이렇게 부정적이니 내가 이 모양으로 사는 것이겠지. 울자. (…)
[하버드와 구글에서 내가 배운 것]이란 책을 처음 접했을 때도 시큰둥했다. 하버드와 구글이라, 참 핫한 키워드로 책을 쓰셨구먼, 뭐 이렇게. 게다가 표지도 살짝 구려. 나만 그런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거쳐 구글까지
아무튼 책장을 펼치고 안쪽 표지의 저자 소개를 읽었다. 글쓴이인 이시즈미 토모에는 여자였다. (앞표지의 남자 얼굴 때문에 글쓴이가 남자인 줄…) 글쓴이는 16세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학업을 마쳤다. 역시, 보통 사람은 아니구나. 그리고는 일본으로 돌아와 창업했다가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거쳐 MBA를 취득했다. 그 후 구글을 거쳐 지금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다. 엄친딸이잖아…
사실 대단한 사람의 얘기일수록 더 뻔해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대체로 그런 사람들은 자가기 쉽게 얘기하는 것들이 보통 사람들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모르거든. 그래서 표지 안쪽의 저자 소개를 읽고 나니 책을 그냥 내려놓고 싶더라. 그래도 일단 참고 읽었다. 그런데 선입견과는 달리 읽어 보니 나름 재미있었다. 내가 이런 종류의 책을 너무 오랜만에 읽어서 그런지 잊고 있었던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도 많았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어가는 법
책은 35개의 꼭지로 이루어져 있다. ’01 준비된 정답은 없다!’, ’02 양보할 수 없는 신념을 지녀라!’, ’03 당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공헌을 해라!’는 식의 소제목이 이어진다. 소제목이 다 반말인 것은 기분 나쁘지만(…) 꼭지마다 그 제목에 맞는 경험담이 잘 담겨 있다. 특히 구글에 비해 낯설었던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관해 눈에 띄는 점이 많았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어가는 법’이라던가, ‘토론에 관한 입장’ 같은 것들 말이다.
이 방법은 인생 전반의 모든 문제에 있어 ‘정해진 답’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자신을 위한 정답을 찾아 인생을 움직여가야 한다는 것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발견한 답이 자신의 인생뿐 아니라 다른 사람은 물론 사회, 국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의미 있는 답’이나 ‘정해진 답’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 의심이나 토론도 없이 그대로 세상에 적용될 수 없다고 가르칩니다. (20쪽)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토론의 기초’를 배울 기회가 적습니다. 그래서 반대 의견에 부딪히게 되면 토론과 개인감정을 분리하지 못해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바람직한 토론에서 반대 의견은 결코 상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의 발전과 심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6쪽)
소위 세계 최고의 학교와 세계 최고의 직장에 대한 간접경험으로서 괜찮은 책이다. 나아가 누군가에게는 삶에 대한 태도와 방식을 되돌아보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또 누군가에게는 충분한 자극도 될만하겠다. 전반적으로 사회 초년생들이 읽어보면 나름 괜찮겠다 싶은 책이었다.
성취 지향의 삶은 옳기만 할까
물론 이 책에 나오는 삶의 태도와 방식이 옳기만 한지는 살짝 의문이 있다. 하버드와 구글을 거쳐 창업하면 성공인가? 이런 성취 지향적인 삶이 바람직한가? 등등. 그런 부분은 각자의 인생관에 맞게 취사선택하자. 그리고 굳이 골라내지 않더라도 읽다 보면 인상적인 문구가 툭 튀어온다. 내가 인상깊게 느꼈던 이것처럼.
하지만 잠시 생각해 봅시다. 이처럼 바쁘게 하는 일 중에 ‘자신의 인생에 정말로 소중한 것’은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관계나, 놓쳐버린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SNS나 미디어를 체크하고 있거나 누군가의 권유로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인간행동심리를 ‘FOMO’라고 합니다. FOMO는 ‘Fear Of Missing Out’에서 유래된 말로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좋은사람으로 남고 싶다. 모든 일에 끼어들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외톨이가 될지도 몰라. 따돌림당하는 게 너무 싫어.’라는 상태를 대신하는 말입니다. (115쪽)
덧. 제목을 [하버드와 구글에서 내가 배운 서른다섯 가지 것들]로 지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짓지 않은 점은 칭찬하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며 책을 덮었는데 뒤표지에 “성공하는 삶을 위한 하버드와 구글의 35가지 인생 법칙”이라고 쓰여 있다. 이럴 거면 그냥 제목에 넣거나 앞표지에 넣거나 띠지에 넣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