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츠라 마사카즈라는 일본 만화가가 있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는 작가다. 오래 활동한 만큼 이 작가의 어떤 작품을 기억하는가에 따라 세대를 나눌 수도 있다. 40대 이상이라면 “윙맨”, 30대 중후반이라면 “전영소녀(비디오걸)”, 30대 초반은 “아이즈”, “DNA2”, 20대 이하라면 “타이거 앤버니, “제트맨” 이런 식이다. (카츠라 마사카즈 만화와 세대구분, warmania의 일본통신실)
이처럼 같은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세대에 따라 가지고 있는 기억이 모두 다를 것이다. 만화가뿐 아니라 배우나 가수도 마찬가지다. 내게 로빈 윌리엄스라는 배우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이다. 30년 이상 배우로서 활동하며 “굿모닝 베트남”, “미세스 다웃파이어”, “쥬만지”, “굿 윌 헌팅”, “인썸니아”, “박물관은 살아있다” 등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었던 그이지만, 나에게는 키팅 선생님이다.
첫 수업 시간에 교과서를 찢어 버리고, 졸업생들의 사진 앞에서 현재를 즐기라며 “카르페 디엠”을 속삭이고, 수업 시간에 공차기를 하고, 학생들 각자가 좋아하는 시를 발표하게 하던 키팅 선생님의 모습을 기억한다. 결국 학교에서 쫓겨나게 된 그를 보내며 학생들이 책상 위에 올라서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던 장면이 아직 생생하다.
그가 출연했던 다른 영화들에서 서로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하던 그를 보면서도 나는 늘 키팅 선생님의 모습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죽은 시인의 사회”가 우리나라에서 개봉했던 것이 1990년 5월이었기 때문이었지도 모르겠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만들어진 그 이듬해. 많은 선생님들이 교단에서 쫓겨났었던, 그때. 그렇게 나를 둘러싼 어떤 환경과 로빈 윌리엄스가 ‘그 때’ 만났기 때문에 그 기억이 좀 더 뚜렷한 것 같다.
이렇듯 나에게는 늘 키팅 선생님이었던 로빈 윌리엄스가 2014년 8월 11일 세상을 떠났다. 나는 아마 위대한 코미디언이자 배우였던 로빈 윌리엄스의 아주 작은 부분밖에 모르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작은 부분이 내 삶에서는 크게 자리했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저세상에서 영원히 평화롭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