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타임캡슐은 제가 여기 저기에 올렸던 만화 관련 글을 모으는 곳. 예전에 썼던 글들이라 지금에 와서는 유효하지 않은 정보들도 있고, 손발이 오글거리는 내용들도 많음. 하지만 백업의 의미로 거의 수정 없이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틀리게 작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맞춤법만 수정) 올림.
[타임캡슐] [XTAATU 그리고 느낌표] 온라인만화의 새로운 시도
대한민국의 문화적 지평 속에서 만화가 가지는 마이너리티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어찌 보면 대중문화의 영역이 넓어질수록, 붕어들이 예술가로 대접받고 돈만 퍼부은 쒯무비들이 블록버스터란 이름으로 칭송받을수록 만화의 마이너리티는 더욱 더 깊어져만 간다.
지난 4월 20일 책의 날 특집으로 방영된 문화방송의 ‘느낌표’는 한국사회의 주류 대중문화가 가진 만화에 대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코너에서 지금까지 인터뷰한 시민들을 책을 많이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고(여기서 책은 만화 제외) 읽지 않은 사람들이 만화에 대해 나누는 대화들을 웃음거리로 삼음으로서, 만화는 ‘독서’라는 고상한 취미에서 열외되어버렸다.
현재 아래 게시판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만화팬들의 열광적인 반응(물론 항의)을 볼 수 있다. (현재는 접근이 불가능한 페이지임. 2010. 5. 14 덧붙임)
문화방송 ‘느낌표’ 페이지 http://www.imbc.com/tv/ent/big5/index.html
문화방송 옴부즈맨 프로그램 ‘TV 속의 TV’ http://www.imbc.com/tv/culture/
사실 우리나라 만화계의 문제는 워낙 뿌리가 깊어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손쉬운 일본 만화로 돈을 벌려는 출판사, 만화유통의 절대적 권한을 가진 총판, 만화를 사서 볼 줄 모르는 독자가 삼위일체가 되어 만드는 문제이니까.
이런 상황에서 문제를 벗어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김준범 작가의 1인만화웹진 XTAATU이다. 이 사이트는 ‘기계전사109’, ‘버그’ 등을 통해 만화팬들에게 알려진 김준범 작가와 벤처만화기업(내가 붙인 것임. ^^) 그리미가 함께 운영 중이다.
XTAATU에는 김준범 작가의 동명의 작품이 주 2회 4페이지씩 올컬러로 업데이트되고 있으며, ‘버그’, ‘우주해적 천둥벼락’, ‘생고무합금미니로보 트랙’, ‘필승아 놀자’와 같은 예전 작품들도 함께 연재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만화를 유료로 볼 수 있는 사이트들은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 단행본 판매를 염두에 두거나 기존 만화출판사에서 잡지나 단행본보다 훨씬 뒤늦게 게재되는 형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XTAATU는 월1천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독자와 직접 교감하며, 정기적인 업데이트 보장과 작품의 퀄리티 확보를 목표로 하는 진보적인 형태의 만화웹진이다.
장기적으로는 단행본 판매도 목표를 하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기존의 출판사나 총판을 거치지 않고 소량 직접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XTAATU는 아직 8회까지 발행된 상황이라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터리한 접근, 올컬러의 훌륭한 작화 퀄리티 등, 한국 만화의 새로운 역사가 되기에 충분한 작풍이라고 본다.
결국 이제 남은 몫은 독자들의 몫이다. 이런 새로운 시도가 시도로서 끝나느냐, 만화사에 새로운 한 획이 되는가, 한국 사회에서 만화의 마이너리티는 고착화될 것인가, 벗어날 것인가.
만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위로 올라가서 당장 XTAATU라는 이름을 클릭하여 구경이나 해보길. 이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준범이다.
Written by 뗏목지기 (2002. 4. 27)
덧붙임 (2005. 3. 14)
물론 위의 항의사태에 관련된 게시판은 지금 들어가도 관련 글은 찾아보기 힘든 상태이구요… XTAATU 또한 연재가 중단되고 사이트 또한 없어진 상태입니다.
김준범 작가님은 이후에 ‘시방새’라는 작품을 스포츠신문 굿데이에 연재했지만 형편없는 원고료와 그 체불, 작가 동의 없는 타 매체 게재로 인한 저작권 침해 등 큰 상처를 입고 그 이후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XTAATU 이후,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만화가 단독으로 혹은 영세 출판사 입장에서 온라인 만화 사이트를 수익모델을 만들어가며 운영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지금, 온라인 만화는 스포츠 신문과 포털 사이트의 한 코너로서만 존재 가능한 듯 하군요.
물론 그 속에서 뛰어난 작가들이 발굴되고 명성을 얻고는 있지만, 만화라는 장르 자체의 마이너리티는 극복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from 싸이월드 페이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