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 『카페 알파』 한 폭의 풍경화처럼

음, 타임캡슐은 제가 여기 저기에 올렸던 만화 관련 글을 모으는 곳. 예전에 썼던 글들이라 지금에 와서는 유효하지 않은 정보들도 있고, 손발이 오글거리는 내용들도 많음. 하지만 백업의 의미로 거의 수정 없이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틀리게 작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맞춤법만 수정) 올림.


[타임캡슐] 『카페 알파』 한 폭의 풍경화처럼
카페 알파, Hitoshi Ashinano(글/그림), 학산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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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러너’나 ‘공각기동대’ 같은 작품을 보면 인간이 아닌 존재의 생각을 빌어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던져주게 한다. 이 작품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지만 대체로 음울한 분위기인 것도 사실이고 부정적인 미래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인간형 로봇이 등장하는 많은 작품들이 이런 분위기이기도 하고.

‘카페 알파’는 아주 묘한 분위기의 작품이다. 오존층 파괴로 인해 바다에 침식된 육지가 점점 늘어나는 가까운 미래. 마치 근과거의 농경 생활로 돌아간 듯하지만 인간형 로봇이 생활의 한 부분으로 전혀 어색하지 않은 사회를 담고 있다.

알파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아주 한적한 카페의 이름이자 긴 여행을 떠난 주인을 대신해 카페를 지키는 로봇의 이름이다. (표지에 있는 여인네가 바로 알파다)

세상과 주변인물들을 바라보는 알파의 시선은 너무나 따뜻하고 포근해서 작품을 보다 보면 때로는 시를 읽는 듯, 때로는 에세이를 보는 듯, 때로는 한 편의 회화를 보는 듯한 기분 좋은 느낌이 되고 만다. 정말이지 요즘처럼 자극적인 작품들이 판을 치는 분위기에서, 근미래의 로봇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치고는 참으로 신선한 기분이었다.

삶에 대한 호기심과 관조를 함께 담고 있는 주옥 같은 대사들이 많이 있지만 나는 이 대사가 참 맘에 들었다.

‘최근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것은 너무 홀가분해지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실 이 책을 보면서 꼭 소개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정말이지 간만에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그런 좋은 작품을 만나서인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보는 것 말고는 힘이 든다.

누구나 꿈꿔보지 않았을까. 언젠가 조용한 카페를 차려서 음악과 함께 가끔 찾아오는 손님과 담소를 나누며 지내는 그런 꿈을. 알파의 생활과 삶이 잔잔하게 마음 속에 흘러 들어온다.

때론 노력하지 않는 것이 정답일 때가 있다.
Written by 뗏목지기 (2002. 3. 17)


덧붙임 (2005. 03. 12)

최근에 12권까지 나왔는데 10년에 걸쳐서 워낙 띄엄띄엄 나오는 작품이라… 앞 권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도 소장하는데 꽤 애를 먹은 편이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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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