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뉴스 1주년 파티 발표자료. 준비한 스크립트 대로 진행하진 않았지만 일단 이 버전으로 올림.
안녕하세요.
저는 뗏목지기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우선 제 소개를 간단하게 드리겠습니다.
저는 10년차 시스템 엔지니어구요.
그리고 3년차 초보 블로거이기도 합니다. 방문자 수도 얼마 안 되고, 구글 애드센스를 3년동안 걸어뒀는데 한 번도 돈을 타먹어 보질 못했어요.
농담입니다. (…)
아무튼 그리고 슬로우뉴스의 편집진이기도 하죠. 드디어 슬로우뉴스 얘기 나왔습니다. 제가 오늘 할 얘기는 왜 제가 슬로우뉴스를 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슬로우뉴스에 임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다지 재미있는 얘기는 아닐 거고, 꽤 추상적입니다. 첫 순서니까 그러려니 해주시고, 구체적인 얘기들은 또 뒤에 분들이 해주실 거에요. 아마도.
저는 슬로우뉴스 인기 연재물인 “김창현의 택시일기”의 편집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연재가 중단되었지만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던 “오늘은 어쩌면”의 편집도 담당했었구요.
저는 슬로우뉴스에 지금까지 실린 254개의 글 중 14개의 글을 썼습니다. 5% 좀 안 되구요. 많은 숫자는 아니죠. 사실 글이라는 측면에서 저의 기여는 아주 적었다고 생각합니다.
슬로우뉴스에는 오랫동안 블로그를 통해 훌륭한 글로 세상을 바라봐 오신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블로그를 운영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좋은 글을 써 본 적이 없어요.
또 다른 분들처럼 전현직 기자도 아니구요. 꼭 기자가 아니더라도 직업상 기사나 칼럼같은 타입의 글을 써 본 적이 거의 없는, 그러니까 저는 그런 글쓰기에 대한 훈련 자체가 굉장히 부족한 사람이라는 거죠.
꼭 연결되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그렇다보니 인맥도 별로 없어요. 내외부의 글들로 균형 있게 굴러가야 할 슬로우뉴스 입장에서는 좀 난감한 포지션에 있는 사람이기도 하죠.
그런데 왜 슬로우뉴스를 하고 있느냐. 저한테는 슬로우뉴스의 일원이 되는 것은 하나의 모험이었습니다. 도전이기도 했구요. 그런데도 왜 처음 슬로우뉴스 창간 얘기를 들었을 때 덥썩 달려들었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좀 신기하긴 해요.
그래도 저는 맞춤법과 문법에 대해 탐구심이 많구요, 무슨 얘기를 듣고 읽어도 이게 사실인지 의심하는 강박증도 좀 있습니다. 시어머니 기질도 좀 있구요. 이게 슬로우뉴스에 아주 조금 도움은 되는 것 같습니다. 음, 편집팀원들 표정을 보니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일단 넘어가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슬로우뉴스를 하는 이유는 딱 이 두 가지입니다. 재미와 의미. 두 가지 ‘미’죠. 저는 그냥 아름다울 ‘미’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둘 중의 하나라도 없었으면 하지 않았겠죠.
저는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은 모두 이 원들 안 어딘가에 들어간다고 생각을 해요. 가능하면 저의 인생이 이 세 원이 겹쳐지는 지점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저한테 슬로우뉴스는 이 위치 정도에 있는 듯 합니다. 하고 싶은데 꼭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할 수 있는 능력은 부족한 것 같고. 이게 슬로우뉴스 1년을 맞은 지점에서 저의 고민이고 걱정거리입니다.
아무튼 재미있고 의미있게 만들어 나가야겠죠. 저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재미와 의미를 함께 주는 것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슬로우뉴스가 제 인생의 세 개의 원에서 저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더 노력하며 계속해 보려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