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슬로우뉴스에 쓴 “신뢰도 평가 10: 영화-방송서 뭇매 맞는 PPL… 웹툰으로 야금야금 영토 확장 (전혀 믿을 수 없음)” 기사는 동아닷컴의 “영화-방송서 뭇매 맞는 PPL… 웹툰으로 야금야금 영토 확장” 기사에 대한 글이다. 처음 동아닷컴의 기사 링크를 페이스북에서 보고는 살짝 열을 받았다. 기본적인 사실 관계에서도 틀린 부분이 있고, 논리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남긴 글.
깔 곳이 흘러 넘쳐 어디부터 까야할지 알 수가 없다. 틀린 팩트에, 영화/방송/웹툰 PPL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무모함까지.
일단 이 기자는 PPL과 광고 첨부와 광고 만화를 구분조차 못 하고 있다. “PEAK”는 PPL이 맞지만, 내가 알기로 “패션왕”은 웹툰 하단에 광고를 덧붙인 식이었고, 윤태호의 “세티”는 그냥 광고 (목적의) 만화다.
패션왕이 PPL이면 방송 프로 끝날 때 “이 프로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는…”과 함께 나오는 업체명도, 극장 영화 시작 전에 나오는 광고도 PPL이냐. “세티”가 PPL이면 이병헌 주연의 윈저 광고영화 “인플루언스”도 PPL인가.
게다가 ‘한 작가는’, ‘한 독자는’ 이런 식으로 잘못된 논리를 객관화시키려는 시도는 정말 기사로서는 꽝이다. 언론에 인터뷰하는 사람들은 왜 다 한 씨인거냐. (펑! – 자폭)
(…) 아무튼, 이 기사에서처럼 ‘커지고 있는 웹툰 PPL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날 정도의 PPL 사례를 좀 많이 알고 싶다. “패션왕”, “세티”는 아니라고 말했고. 꼴랑 “PEAK” 하나 들고와서 짜맞추기나 하고 말야…
마지막에 “웹툰 PPL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라는 부분은 더 가관. 방송은 방송법에 PPL 관련 규정이 있다. 왜, 방송(전파)는 공공재니까. 영화는 없다. 아니니까. 그런데 슬며시 방송 논리를 들고 와서 웹툰 규제가 필요하다?
이 기사는 아주 나쁜 의도를 가지고 쓰여졌거나, 기자/데스크가 멍청하거나 둘 중의 하나다. 어느 쪽인지 판단은 하지 않겠지만 별 가치가 없는 건 매한가지. 슬로우뉴스 신뢰도 평가로 다룰까 싶지만 그럴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이렇게 써 놓고 신뢰도 평가로 다룸. ㅋ
그런데 ‘신뢰도 평가’라는 코너가 기본적으로 건조하게 기사의 사실 관계와 논리적인 문제에 대해 다루는 식이기 때문에 페이스북에 쓴 글처럼 흥분해서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나씩 자료를 모으고 글을 쓰면서 점점 침착해졌다고 할까. 초안을 작성하고 슬로우뉴스 편집팀원 분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글이 점점 더 다듬어져 갔다.
이 글의 핵심적인 내용인 마지막에서 두번째 문단 내용은 캡콜드 님께서 넣어주셨다. 방송이 왜 간접광고를 규제하고 있는지, 영화나 웹툰 등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이어서 덕분에 글의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다. 그런데도 내 이름으로 기사가 나가서 조금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이게 슬로우뉴스의 방식이고 장점이라고 본다. 로마 공화정의 과두정식 집단 편집 체제라고나 할까. (뭔 소리냐…)
결과적으로 실제로 실린 기사는 페이스북에 쓴 내용과는 톤이 아주 다르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글이 되었다. 그런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반응이 생각보다 별로 없어서 약간 의기소침… 만화작가님들은 좀 많이 리트윗도 하고 공유해주실 줄 알았는데.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