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타임캡슐은 제가 여기 저기에 올렸던 만화 관련 글을 모으는 곳. 예전에 썼던 글들이라 지금에 와서는 유효하지 않은 정보들도 있고, 손발이 오글거리는 내용들도 많음. 하지만 백업의 의미로 거의 수정 없이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틀리게 작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맞춤법만 수정) 올림.
[타임캡슐] 『Just Friend』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
나는 네가 좀 더 모질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많았어. 특히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관계를 규정지을 때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좋은 친구로 지내자거나 다정한 오빠동생(요즘은 누나동생도 많지만)이라는 말을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참 잔인한 일이지 않니. 지워지지 않는 감정을 가슴에 지닌 채 또다른 관계로서 규정당한다는 건.
차라리 아무 것도 아닌 사이가 좋아. 그 얼굴을 마주보며 항상 뒤돌아서 눈물 짓기에는 사람은 너무나 약한 존재이니까. 우리 이제 만나지 말자라고 네가 먼저 얘기해 주지 그랬니. 좋은 친구로 지내자고 말하지 말고 좀 더 매정하게 포기할 수 있게 도와주었더라면.
그래, 이해할 수는 있어. 악역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으니까. 매정한 말 한 마디로 내게 상처주고 싶지 않는 맘이라는 것도 알겠다. 하지만 그 차이는 한번에 큰 상처인가, 오랫동안 저며오는 상처인가 하는 차이뿐인데.
나의 친구
나의 자유
나를 용서해이제와 너에게
사랑을 말할 수는 없었지만
가슴엔 나대신
너의 모습뿐…흘러간 눈물
잔인한
Just Friend…흩어진 사랑
나의 속죄
부서진 마음
젊은 날의 꿈
파도에 잠긴
우리들의 추억…황미나, Just Friend, (주)세주문화, 2001
황미나의 이 작품은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야. 하지만 사랑을 원하는 한 사람과 그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는 한 사람의 얘기라는 것도 그렇고… 그 제목 Just Friend, 단지 친구일 뿐이라는 그 한 마디에 왜 그렇게 가슴이 저미든지.
여전히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지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날 좋은 친구로 생각해 주었던 너의 마음을 내가 이해하듯이, 너도 나의 마음을 이해해 주길 바래. 난 너무 오랫동안 쌓여온 작은 상처들에 힘들었거든. 단지 너를 사랑했던 이유로.
세상에 많은 꽃나무들도 겨울이 오면 온전히 꽃과 이파리를 떨어뜨리고 나서야 봄을 맞지 않니. 하지만 사람은 꽃나무와는 달라서 온전하게 버리고 나면 언젠가는 겨울에도 푸른 빛을 잃지 않는 상록수가 될 수 있지 않겠어?
네가 추운 겨울에도 푸르게 사랑할 수 있길 바래. 나도 추운 겨울에 푸른 사랑을 할 수 있게 노력할테니. 그러면 언젠가 우린 ‘Just Friend’로 웃으며 만날 수도 있을테지.
아주 오랫동안, 아주 많이 사랑했었어. 행복하렴.
Written by 뗏목지기 (2001. 11. 27)
덧붙임 (2005. 02. 28)
이 글은 친구의 경험을 작품과 연관지어 편지 형식으로 써 보았던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꽤 예쁘게 나온 글이라 만족하고 있습니다. ^^ 네 얘기 아니냐는 오해를 많이 받았던 글이기도 하구요. ㅎㅎ
이 친구랑 지금은 연락이 잘 되지 않는데…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살고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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