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타임캡슐은 제가 여기 저기에 올렸던 만화 관련 글을 모으는 곳. 예전에 썼던 글들이라 지금에 와서는 유효하지 않은 정보들도 있고, 손발이 오글거리는 내용들도 많음. 하지만 백업의 의미로 거의 수정 없이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틀리게 작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맞춤법만 수정) 올림.
[타임캡슐] 『맛의 달인』 65권 오스트레일리아의 위기
대체로 사람들이 자기와는 다른(혹은 다르게 보이는) 존재에 대해서 가지는 감정은, 배척 혹은 경외가 된다. 그것은 그 대상에 대해서 가지는 스스로의 감정이 우월감이냐 열등감이냐로 결정되는 것으로, 그 감정들 사이에서 이해와 동화가 자리잡을 틈은 급격히 좁아진다.
사실 살면서 ‘오스트레일리아’라는 나라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나의 이미지는 디따 큰 나라다…라는 정도였는데 요즘 들어 약간이나마 접하게 될 기회가 생기게 되었다.
한 커뮤니티에서 만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날아온(사실 그 친구를 보면 헤엄쳐서 올 수도 있었겠다 하는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일반적인 표현으로, 날아온. ^^;;) 친구를 통해 오스트레일리아라는 나라를 생각하게 되었고…
누군가의 소개로 보게 된 ‘오스트레일리아’라는 사진집을 통해 본 오스트레일리아도 너무 멋있었고, 생각하면 가슴을 뛰게 만든 멋진 나라…
그 후에 보게 되었던 이 작품, ‘맛의 달인(Hanasaki Akira, 대원, 2001/11)’ 최근작에서도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얘기를 다루고 있다.
65라는 숫자가 말해주듯이 초장기 연재를 계속하고 있는 맛의 달인은 음식과 요리에 대한 만화이다. 여타의 요리만화에서 요리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비해서 이 작품은 요리에 대해 아주 전문적인 기자들이 등장한다는 점이 독특한.
두 신문의 요리 관련란인 대결하는 형식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주인공과 주변 캐릭터들의 아기자기한 에피소드와 요리에 대한 전문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덧붙여서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요리를 통해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라는 부분에까지 가 닿는 작가의 시선과 통찰력이 아닐까 싶다.
65권에서는, 거의 20년간 다문화주의를 채택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성숙하고 관용주의적인 국가로 발전해온 오스트레일리아에 백호주의를 주창하는 한 정치가가 세를 키우면서 일어나는 얘기를 다룬다. 이 때문에 오스트레일리아의 요리와 문화를 호의적으로 소개했던 주인공의 신문이 공격받게 되고, 이제 부부가 된 두 주인공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두 주인공은 오스트레일리아의 그런 분위기에 대한 분노가 아닌 안타까움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데, 바로 오스트레일리아 스스로가 수십 년 간 쌓아온 가장 세계적이고, 자신만만하며, 관용적인 사회 분위기를 버리려 한다는데 대한 안타까움을 그들에게 전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재일한국인을 비롯한 다른 민족에 대한 높은 배타성을 가지고 있는 일본 사회에 대한 질타를 가하며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다소 우리나라 독자를 의식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마지막에 기사 내용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김밥과 김치라면을 내놓으면서 다른 나라의 식품인 김초밥과 라면을 자기 식으로 승화시켜 김밥과 김치라면으로 발전시킨 우리나라처럼, 일본도 그런 포용력으로 오스트레일리아에 다가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함으로서 그들을 누그러뜨리는데 성공하게 된다.
처음에 말한 것처럼 배척과 경외 사이에 이해와 동화를 자리잡게 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처럼 보인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이 작품에서 말한 것처럼 실제로 그런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그들은 스스로가 쌓아온 그 훌륭한 전통을 버리지는 않으리라 믿고 싶다. 어쨌거나 이미 나에게는 오스트레일리아는 아주 멋진 나라가 되어 버린 것 같고, 오스트레일리아를 생각하게 해 준 세 사람에게 감사를 보낸다.
코스모폴리탄을 꿈꾸며,
Written by 뗏목지기(2001. 12. 11)
덧붙임 (2005. 02. 25)
맛의 달인… 아직도 나오고 있지요. 얼마전에 90권이 나왔습니다… ^^;; 대박 작품도 아닌데 너무 오래 계속 나오고 있어서 대원씨아이에서도 난감해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도 있군요.
위 글을 쓴 2001년 12월에 65권이니까… 1년에 8권씩 나왔다고 생각해도 벌써 10년이 넘은 작품입니다. 재미있고 흥미 있는 작품이긴 한데 저도 요즘은 내용보다는 몇 권이나 더 나오려나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는 게 사실입니다. ㅎㅎ
마지막에 세 사람이라고 한 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친구, 사진집 소개해준 분, 이 작품의 작가를 의미하는 거였는데, 생각해보니 글쓴이와 그린이가 다르므로 ‘네 사람’이 맞는 표현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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