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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의 선거정보 완전 개방을 제안한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잘 알려진 “서울버스”라는 앱이 있다. (다운로드: 앱스토어, 구글플레이) 서울교통정보센터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서울지역의 버스 운행정보를 사용자들에게 알려준다. 또한,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오늘 날씨와 내일 날씨를 비교하여 보여주는 “오늘내일”이라는 앱도 있다. (다운로드: 앱스토어, 구글플레이)

이렇게 기존에 웹을 통해 제공되는 정보와 융합하여 새로운 서비스 등을 만드는 것을 매시업(mashup)이라고 하며, 이런 매시업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외부에 공개된 인터페이스를 오픈API라고 한다. 앞서 말한 내용을 달리 말하자면, “서울버스” 앱은 서울교통정보센터에서 제공하는 오픈 API를 통해 만들어진 매시업이라고 할 수 있다.

위의 사례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공공정보가 개방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런 식으로도 활용하기 힘든 형태로 제공된다. 이에 비해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곧바로 활용 가능한 미가공 데이터(raw data)와 API 방식으로 공공정보의 개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2009년 5월 21일 서비스를 시작한 data.gov를 통해, 영국은 2010년 1월 21일 서비스를 시작한 data.gov.uk를 통해 정부가 보유한 많은 양의 공공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특정한 계층만이 접근할 수 있었던 공공정보를 개방하여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과, 학계의 연구 및 민간의 사업에 다양하게 활용되어 산업 자체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국가지식포털 공식블로그, 해외 공공정보 민간 활용 사례, 2011년 8월 19일)

이러한 공공정보 공개를 통해 만들어진 매시업 중 선거와 관련된 사례로는, 미국 선거에 활용되었던 ‘2006 구글 어스 선거 가이드’가 있다. 구글 어스의 지도와 선거 정보를 매시업하여, 사용자들은 미국 지도를 통해 각 선거구별로 후보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 및 후보자 전체의 명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블로터닷넷, 공공정보+매시업, 그 거대한 문은 열릴 것인가?, 2007년 4월 18일)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선거정보는 어떨까.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제공하는 정보는 크게 선거 전에 제공되는 정보(후보자 정보 및 정책, 공약 정보, 투표소 정보 등)와 선거 당일부터 제공되는 정보(투개표 현황 및 당선자 정보)로 나뉜다. 이들 정보는 기본적으로 선관위 선거통계시스템 사이트에서 공개하고 있지만, 일부 정보들은 2002년 동시지방선거부터 방송/언론/포털사이트에도 제공해 왔으며, 점차 제공 정보 및 제공처를 확대해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현재 선관위 선거통계시스템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선거정보는 아래와 같다. (자료제공: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보화담당관실 박혁진 담당관)

1. 2002년 동시지방선거부터 제공된 정보 (DB시스템 연동 혹은 파일 전송 방식으로 제공)

  • 후보자 정보: 성명, 생년월일, 주소, 성별, 직업, 학력, 경력 (후보자 등록 마감 이후)
  • 투표진행상황: 선거별, 선거구별, 시간대별 투표자수 (이하 선거 당일)
  • 개표진행상황: 선거별, 선거구별, 후보자별 득표상황, 무효투표수 등
  • 개표마감정보: 선거별, 선거구별 개표마감시각

2.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최초로 제공된 정보

  • 예비후보자 정보: 성명, 생년월일, 주소, 성별, 직업, 학력, 경력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일 이후)
  • 투표소 정보: 투표소 주소, 약도 (투표소 확정 이후)
  • 후보자 공약: 공약 내용 (후보자 등록 마감 이후)
  • 내 투표소 정보: 내 투표소 주소, 약도 (선거 D-7일부터. 다음/네이버를 통해 제공하였음)

3. 선거통계시스템 사이트에서만 제공되는 정보

  • 당선인 정보: 성명, 생년월일, 주소, 성별, 직업, 학력, 경력, 득표수, 득표율 (당선자 확정 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하지만 ‘미가공 데이터 형태를 오픈 API로 제공’한다는 공공정보 완전 개방의 틀로 보았을 때 미흡한 점이 있고, 포털에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들의 접근성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아쉽다.

우선 정보들은 미가공 데이터 형태로 고정된 인터넷 주소(이하 퍼머링크, permalink)를 통해 제공되어야 한다. 투표소 정보를 예로 들어 보자. 현재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콤보박스로 ‘시도’와 ‘구시군’을 선택해서 ‘검색’ 버튼을 눌러야 한다. 이것을 시도-구시군(예:서울 종로구) 별로 퍼머링크가 부여된 웹페이지로 제작하는 것이다. 물론 페이지 내의 해당 투표소 정보는 DB와 연동하여 동적으로 수정사항이 반영되어 표시되어야 하며, 검색엔진에도 개방되어야 한다. 이렇게만 해 둬도 사용자 접근성은 현저히 향상된다. 구글이나 네이버, 다음에서 ‘서울 종로구 투표소’라고만 쳐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오픈 API를 통해 XML 데이터 등의 형식으로 외부에 정보를 제공한다면 정보의 활용도 자체가 확장된다. 앞서 말한 미국의 예처럼 지도 정보와 결합한 매시업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선거 전에 특정한 정책에 대한 입장을 가진 후보들을 묶거나, 특정 선거구 출마자들의 이력을 비교해서 보여준다거나, 외부자료(예를 들어 경실련이 발표하는 ‘국회 법안 평가 보고서’)의 내용과 결합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등, 여러 가지 활용 방안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정보들은 추후 임기 동안의 정책, 공약의 실행 여부를 추적하는 데에도 중요하게 쓰일 수 있다.

또한 정식 API 형태가 아니더라도, 현재는 홈페이지에서 표 형태로 보여주는 투개표 정보를 퍼머링크를 통해 csv 파일 형태로 다운로드할 수 있게만 해줘도 그 활용도는 무척 높아진다. 이것으로 누군가는 지역별 시간대별 투표율을 이전 선거의 투표율과 함께 비교하여 그래프로 그려서 보여주거나, 사용자가 관심 있는 지역 몇 개를 맞춤식으로 묶어서 개표 현황을 보여주는 식으로 쓸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추후 집계되는 성별/세대별 투표율 정보들과 함께 현상 분석과 연구 등에 유용하게 쓸 것이다.할 수 있는 것들을 단계적으로 진행하자

이렇듯 할 수 있는 것들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되, 궁극적으로는 기존 선거 정보들의 통합 아카이브를 구축, 미가공 데이터 형태로 오픈 API를 통해 개방하는 것을 목표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선관위는 처음으로 ‘투표소 찾기’ 정보를 포털에 제공했다. 그 전부터 그렇게 했었다면 유권자는 더 일찍 편리함을 맛보았을 것이고, 선관위는 디도스 공격 사태와 논란에 휩싸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보의 개방이란, 그런 것이다.

Tsahi Levent-Levi, "201203-APIs" (CC BY 2.0)
선관위 정보화담당관실 박혁진 담당관 일문일답
: 오픈 API 제공 및 이용 가능성 검토

– 4.11 총선 때 오픈 API 제공을 검토했는지 궁금하다.
“중앙선관위가 오픈 API를 직접 개발하는 형태가 아니라 포털 등에 오픈 API 개발을 제안하였으나, 시기가 촉박하고 데이터 서비스의 책임소재 문제 등 검토할 사항이 많아 진행되지 못했다.”

– 제18대 대통령선거에는 오픈 API 개발 및 제공 의향이 있나?
“중앙선관위가 오픈 API를 직접 개발하는 방법, 포털 등과 협력하여 오픈 API를 개발하여 제공하는 방법 등 현실적으로 가능한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 자체를 같이 고민해가면 좋겠다.”

– 오픈 API 개발 및 제공 시 중앙선관위가 고려하는 이슈는 무엇인가?
“인프라 구성 규모. 실제로 다음과 네이버와 함께 ‘내 투표소 찾기’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구성 시에도 많은 기술적인 논의가 있었다. 법적 책임소재. 선거정보는 매우 민감한 정보이기 때문에 신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오픈 API를 이용해서 앱을 제작 보급할 경우, 그 앱을 통한 선거정보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가 명확해야 한다. 개인정보. 예비후보자, 후보자 정보는 선거정보이면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법에서 허용하는 범위와 방법에 대해서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 개인 또는 법인 등이 선거정보 오픈 API를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선거정보와 관련된 정보는 비영리적인 목적으로만 활용되어야 한다.”

– 비영리 목적이라는 요건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면 좋겠다.
“선거정보의 영리적 이용과 관련하여 간간히 문의가 오는데, 비영리적인 목적으로만 이용해야 한다는 것은 법제 부서에서 검토한 내용이다. 외국의 경우, 공공정보(특히 공공DB)의 개방 및 활용은 공공정보의 활용을 통한 산업 활성화도 주요 목적중 하나이기 때문에 영리적인 목적으로의 이용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도 교통정보라든가, 부동산정보라든가 대부분 민간 또는 시민이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에 응하는 것은 정보 투명성이란 가치도 있지만 산업적 유용성이라는 목적이 있다. 국가기관이 ‘보유’만 하고 있는 정보를 공개하면 이 알짜 정보를 시장이 활용한다는 것이다. 영리 목적이라는 것이 직접적인 형태와 간접적인 형태가 있기 때문에 그 명확한 구분과 정의가 쉽지 않다. 미가공 데이터(raw data ) 또는 가공 테이터를 유료로 제공하는 것만이 ‘영리적 목적’으로 제공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더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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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Fast is good, slow is better”, 슬로우뉴스에도 함께 게재하였습니다 *

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