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청소년 유해매체 지정 예비판정 단상

만화 탄압 다음 라운드는, 일부 웹툰에 대해 청소년 유해매체 지정 예비 판정이로군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네이버 만화의 “쎈놈”, “지금 우리 학교는” 등 13편, 미디어다음 만화속세상의 “땁”, “전설의 주먹” 등 5편에 대해 ‘청소년 유해매체물 결정 관련 사전통지 및 의견 제출 안내’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런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청소년 유해매체 지정이 되겠지요.

심의와 관련해서 늘 궁금한 점 중 하나는, “특정한 작품을 특정한 연령 계층이 접근하지 못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 자체를 대다수가 인정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그리고 “특정한 작품을 특정한 연련 계층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심의”라고 한다면, 이것을 법과 제도로서 규정하는 것이 옳은가, 제공자와 수용자의 자율성(자율적인 심의라던가 자체적인 교육이라던가)에 맡길 수는 없는 것인가가 다음 궁금증이구요.

대체로 이 부분에서 층위가 좀 나뉘는 것 같습니다. 창작물 심의를 법과 제도로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도 보이고, 자율성에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으니 법과 제도로서 규정하되, 중립적이고 세심한 ‘분류’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보이네요. 사실 제공자의 자율심의는 결과적으로 상업논리로 결정될 가능성 및 기타 논란의 소지가 많다는 점이 있죠. “열혈초등학교”를 전연령으로 서비스한 야후, “밝은 미래”, “고마워 다행이야” 같은 논란작을 전연령으로 서비스한 다음도 문제지만, 무언가 시끄러워질 법 하면 바로 19금으로 돌리는 네이버도 꼭 옳다고는 볼 수 없을 듯 합니다.

수용태도에 대한 교육도, 사실 학교나 가정이 손 놓고 있는 걸 누구더러 하라는 얘기냐 어쩌라고 싶기는 매한가지구요. 게임 셧다운제, 쿨링오프제 같은 제도들도, 아이들이 게임에 빠져 있는 것에 대해 어찌할 방법을 찾지 못한 부모들이 “차라리 법으로 막아줘”하는 분위기 때문에 만들어진 측면도 있으니까요.

어쨌거나 현실적으로 법과 제도로서의 심의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보는데, 문제는 어떤 식으로 제공자와 수용자 그리고 제 3자(…)가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만들어 내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지금처럼 만만하니 때린다는 식은 곤란합니다. 게다가 캡콜드 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전연령 혹은 X등급 밖에 없는 현재 방식은 무척 난감하죠. 연령별 등급과 미국 영화 R등급(성인 동반자가 필요한 등급) 같은 세부성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덧붙여서 이런 등급제 및 등급별 가이드라인에 대해 창작주체와 업계에서 먼저 안을 내놓을 필요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무작정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심의 절대 반대” 식의 주장만으로는 얻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보이거든요. 물론 어떤 형식의 법/제도가 만들어지든 간에 표현의 자유가 가장 근간이 되어야 함은 분명하고, 그 바탕 하에 각 주체의 합의를 이끌어내야겠지요. 물론 전해들은 바로는, 어떤 형태의 심의든 무조건 반대한다는 작가님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지금의 결과를 봤을 때, 방심위나 정권의 탓을 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것이 없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쨌든 현재 이 예비판정과 관련하여 윤태호 작가님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아무쪼록 이 사안이 단순히 청소년유해매체 지정의 철회만이 아니라, 만화계의 힘을 모아서 표현의 자유를 근간으로 하는 세심한 심의 제도의 창출까지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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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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