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말씀드렸듯이 10년 전 글입니다. 『힙합』이 나온지 벌써 이만큼이나 되었네요. 늘 그렇듯이 옛날을 글을 다시 읽으면 참 부끄럽긴 합니다만. ㅎㅎ (타임캡슐이란, 클릭)
[타임캡슐] 『힙합』
핑클의 ‘NOW’가 흐르고 있습니다. 이 노래 앞부분이 표절 의혹이 있었지요. 그 왜… 오락실에 있는 드럼 치는 게임 있죠. 그 게임이 나오는 음악과 똑같다는 겁니다. 알고 보니 작곡자가 같은 사람이더군요. 굳이 이런 데서 나올 얘기는 아니지만… 서로 다른 영역의 문화산업이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고 상업적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 포켓몬의 경우에도 볼 수 있듯이,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할 수만 있다면 우리 만화의 힘도 커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왕 핑클 얘기를 한 김에 조금 더 하자면… 네 명 중에 누구를 좋아하십니까? ^^; 남자들끼리 모이면 이런 얘기 마니 하지 않나요? 저는 특히 유리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착하고 귀엽게 보이자나요. 섹시한 효리, 지적인 이진, 끼가 넘치는 주현 등, 핑클 뿐 아니라 많은 그룹들이 각각의 멤버들에게 서로 다른 개성을 부여하는 것도 대중음악 산업의 하나의 전략이라 할 수 있겠죠. 마찬가지로 요즘의 만화 작품들도 유일한 주인공 전략에서 개성이 다른 여러 명의 주인공 전략으로 바뀌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오랫동안 일본 만화에 비해 우리 만화가 소재가 빈약하다는 얘길 많이 들었었지요. 사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요즘은 많이 좋아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만화검열이 무척 심했습니다. 모… 애들은 어른한테 반항하면 안 되고(미풍양속 저해) 경찰은 범인을 놓쳐서는 안 되며(공권력 무시) 사회비판은 당연히 안 되고 등등… 덕분에 애들 대신 어른한테 반항하는 둘리 캐릭터가 탄생하는 등의 공도 있지만, 이러니 스스로 자기검열을 거쳐야 하는 작가들에게서 명작이 나올 리가 없겠지요.
일본에 좋은 만화 작품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나라에 비해 전체적인 생산량이 엄청납니다. 물론 쓰레기 같은 작품도 많죠. 하지만 ‘옥석을 가린다’라는 말도 있듯이, 땅속을 파고 돌이라 흙이랑 이것저것 골라내야 금을 캐듯이, 풀숲만 뒤적뒤적한다고 금밭이 나올 리 없을 겁니다. 조금은 달라진 제작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에도 더 많은 좋은 작품이 나오길 바라는 바램입니다.
서울문화사에서 발간중인 김수용의 ‘힙합’은 춤꾼들의 얘기를 다룬 만화입니다. 사실 이 작품을 처음 볼 때, 우리나라에도 이런 작품이 나오는구나 하고 기뻐했었습니다. 이 작품의 장점은 우리 만화의 소재의 폭을 넓혔다는 것 외에도, 만화적인 재미에 충실하면서도 ‘춤’이라는 소재에 대해서 전문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춤’이라는 게 일본만화에서도 잘 찾아볼 수 없는 한국적인 소재라는 점이 이 작품이 우리 만화계에 던지는 하나의 희망이라고나 할까요.
이 작품의 작가인 김수용 님은 실제로 백댄서 출신입니다. 백댄서를 하다가 만화가가 되었다는 얘기도 있고, 만화가가 꿈이었는데 춤 만화를 그리려고 백댄서를 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확실하진 않구요.
잘 알려진 나이키라든가 나인티 나인 등의 춤 기술이 상당히 사실적인 그림과 때론 자료사진까지 삽입하는 정성으로 표현되어 있고, 힙합의 기원이라든가 흥미 있는 읽을거리들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초보 춤꾼이 춤의 세계로 빠져드는 과정이나 댄싱팀 간의 배틀(춤대결) 등도 잘 표현되어 있네요. 또한 대충 춤 좀 추는 애들을 끌어 모아 립싱커를 양산하는 우리 대중음악 풍토에 관한 비판까지 볼 수 있습니다.
자랑스런 우리 만화 ‘힙합’을 여러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미다. ^^
Written by 뗏목지기
(2000-12-06)
- 스트리트 잼 / 글,그림 : 김수용 / 학산문화사 / 5권 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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