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타임캡슐은 제가 여기 저기에 올렸던 만화 관련 글을 모으는 곳. 예전에 썼던 글들이라 지금에 와서는 유효하지 않은 정보들도 있고, 손발이 오글거리는 내용들도 많음. 하지만 백업의 의미로 거의 수정 없이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틀리게 작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맞춤법만 수정) 올림.
『시큐리티 폴리스』 경호원들의 삶과 죽음
죽음이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세상의 모든 단어가 나름대로 인간의 경험으로부터 파생된 것들이라면 도대체 이 ‘죽음’이라는 단어는 누가 경험해서 전해주었길래 생겨난 말일까요. 물론 간접경험도 경험이기 때문에 타인의, 혹은 다른 생물의 죽음을 통해 전해져 온 단어겠지만 말입니다.
세상의 모든 단어들이 나름대로 누군가는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겠지만 이 죽음만큼은 단 하나의 예외인 듯 합니다. 물론 사후세계 체험이니 어쩌니 해서 신비스러운 이야기들이 없진 않지만 무언가 필이 팍 꽂히는 그런 얘기들은 아닌 듯 합니다. 아마도 그래서 죽음과 사전적 반대어인 삶이라는 단어가 인류의 총체적인 역사 속에서 계속해서 탐구되어 온 것이 아닌가 싶구요.
일본인들은 대체로 죽음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아마도 사무라이들의 할복이라든가 하는 그런 것들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요. 그런 이미지들은 일본의 다양한 문화 속에서 잘 드러나 있습니다. 만화도 물론이구요.
『시큐리티 폴리스』는 kunitomo yasuyuki의 최신작으로 학산문화사에서 3권으로 완간 되었습니다. 아주 부담 없는 권수죠. ^^ 이 작가는 다이나믹 프로(이 출판사가 아직도 있었다니…)에서 발간된 『행복한 시간』을 통해 일본 사회 가정의 해체를 충격적이고도 적나라하게 파헤쳤던 작가입니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얘기해 보도록 하죠.
시큐리티…는 일본 경찰 소속의 요인 경호 조직의 얘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평범한 경찰이었던 주인공은 시큐리티 폴리스 소속이었던 절친한 친구가 요인 경호 도중 사망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시큐리티 폴리스들이 친구의 죽음에도 아랑곳없이 요인 주위를 둘러싸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게 과연 경호란 무엇이며 동료의 죽음이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그는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스스로 시큐리티 폴리스에 자원하게 되죠.
물론 일반 강력계 경찰들도 죽음의 위기에 항상 놓여지기는 합니다. 하지만 시큐리티 폴리스는 개인적으로 아무 연고도 없고 애정도 없는 ‘다른 사람을 위해’ 죽을 준비를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 자신이 경호하는 인물 외의 타인의 죽음에 대해서는 눈을 돌려야 하는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분량도 짧고 그다지 죽음에 대해 심각한 고찰을 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시큐리티 폴리스라는 독특한 직업을 소재로 삶과 죽음에 대해 얘기를 풀어놓는 방식은 눈에 띄는 작품입니다.
전작 ‘행복한 시간’에서 포르노적 영상을 풀어놓는 재능도 잘 발휘했던 작가지만, 이 작품은 그런 내용은 없네요. ^^; 혹 그런 장면 기대하셨던 분은 참고하시길…
Written by 뗏목지기 (2001.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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