뗏목지기™를 별명으로 쓰게 된 사연

뗏목지기™를 왜 별명으로 쓰게 되었나… 언젠가는 한 번 써야지 했던 얘기였는데, 위드블로그에서 관련 테마 캠페인이 열렸네요. ‘지금 쓰는 닉네임을 선택하게 된 계기’라는 캠페인인데요, 이 틈을 타 한 번 적어 봅니다. ^^

 

뗏목지기™를 별명으로 쓰게 된 사연

뗏목지기™의 인생사분지계

 

한글 별명 ‘뗏목지기’와 영어인 raftwood를 사용한 것은 15년 가까이 되었네요. PC통신 나우누리와 천리안, 그리고 (기억하시는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키텔에서도 사용했었으니까요. 그보다 더 이전에 하이텔에서는 ultracom이라는 손발 오그라드는 아이디를 별 생각없이 만들었다가, 아이디가 싫어서 하이텔을 잘 안게 되었던 기억도 나네요. ^^;

이야기
간만에 PC통신 이야기가 나와서… 추억의 ‘이야기 5.3’

 

1. 왜 ‘뗏목지기’?

‘뗏목지기’는 대학 시절 읽은 김형수 님의 시 ‘뗏목지기는 조직원이었네’에서 따 왔습니다.

뗏목지기는 조직원이었네
김 형수

양자강 물가에 뗏목지기 있었네
물 속에 노니는 고기처럼 한가하게
산맥을 빠져나온 구름처럼 유유하게
장기도 두고 낚시질도 하고
혁명의 세월에 한가하게 사는 꼴이
청년들 눈에 차암, 안돼 보였네

홍군에 참가하여
전장터에 한목숨 내맡기고 싶었던
젊은 뗏목지기 견디기 힘들었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5년 6년 7년이 지나도
아무런 전투에도 불려가지 못했네

머리에 하나 둘 흰머리가 나도록
무기력과 낮잠과 권태와 싸웠네
이마에 깊은 주름살이 서도록
초조감과 조급성과 세월과 싸웠네
아무도 그 뜻을 헤아릴 수 없었네
그를 배치한 조직을 빼놓고는

백군에게 쫓겨 파국을 앞두게 된
홍군이 어느 날 그곳을 지났네
뗏목지기 나서 뗏목을 준비했네
5년도 넘게 10년도 넘게
흰머리가 나도록 준비했던 뗏목지기
뗏목 풀어 한꺼번에 대군을 살렸네

무기력과 낮잠과 권태와 싸운 끝에
초조감과 조급성과 세월과 싸운 끝에
대륙의 역사를 10년쯤 앞당겨 낸
조직의 수명을 10년쯤 늘려놓은
뗏목지기 인생을 아는 사람 없었네
그 청춘을 관리한 조직을 빼놓고는

사실 이 시를 이해하려면 중국 공산당의 대장정에 대한 이해가 좀 필요합니다. 1930년대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이 싸울 당시죠. 대장정은 중국 공산당의 홍군이 국민당군의 포위를 피해 9,700km를 이동했던 역사적 대행군을 말합니다. 자세한 것은 다음 백과사전을 참조하시구요.

다음 백과사전의 ‘대장정’ 항목 바로가기

중국 공산당의 대장정
출처 : 고등학교 세계사 268p / 금성교과서

개인적으로 무척 감명 깊게 읽은 시였고, 나우누리에 가입할 때 이 시가 떠올랐더랬습니다.(나우누리는 한글 아이디가 가능했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용감하게 지은 이름이다 싶기도 하네요. (네 사는 꼴을 봐! 뗏목지기가 가당키나 하냐! 뭐 이런 거. ㅡ,.ㅡ;) 의미가 좀 무겁긴 하지만, 제 자신을 늘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별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디는 한글ID 대회에서 수상을 하고 언론에 보도된 적도 있습니다. 으하하. 97년이니 오래된 얘기로군요.

“순 우리말 PC통신 ID 사용하기”(연합뉴스 , 1997-04-16) 바로가기

그런데 이 이름을 사용하시는 분이 저 말고도 더 있더군요. 어떤 분들인지 뵙고 싶기도 하네요. 아래에 나온 분들은 일단 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항목들 중에는 겹치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이 분들이 모두 위 시에서 영향을 받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면면을 보면 모두 삶에 최선을 다하시는 분들인 듯 하여 왠지 기분이 뿌듯합니다. (그러니까 저만 더 바르게 잘 살면 된다능. ㅡ,.ㅡ;)

2. ‘raftwood’는 뭐지?

한글 이름을 먼저 짓고 영문을 고민했는데 이게 또 어렵더군요. 천리안 가입할 때였는데, 한 일주일은 고민했던 거 같습니다. ‘뗏목지기’를 직역하면 raftsman 정도인데 마음에 안 들더군요. (~~맨하면 좀… 수퍼맨도 아니고. ㅎ)

rafter라는 단어도 있었는데, ‘서까래’, ‘(특히, 칠면조의) 무리’라는 뜻이 또 같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것도 탈락. 고민 끝에 그냥 뗏목이라고 하자, 그런데 raft라고만 쓰면 너무 짧으니 ‘wood’를 덧붙이면 어떨까 싶더군요. 그래서 결국 영어 이름은 raftwood가 되었습니다.

사실 이걸로 15년 가까이 썼지만, 참 불편한 게 많아요. 일단 한글 ‘뗏목지기’와  영문 ‘raftwood’가 딱 연관이 되지 않는 것도 그렇고, raftwood라고 말하면 한 번에 알아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ㅠㅠ 느슨하게 발음하면 leftwood 정도로 알아들으면 다행이구요, 그렇다고 ‘뢰프트웃’ 이렇게 굴릴 수도 없고, 제가 이렇게 발음한다고 제대로 전달이 될 리도 없고. 어흑.

허경영의 롸잇 나우
R 발음의 진리, 롸잇 나~~우. 그냥 생각나서요. ㅡ,.ㅡ;

 

3. ™은 왜 붙였나?

이건 블로그 만들면서 붙이게 된 건데, ‘TradeMark’라는 의미죠. 수많은 뗏목지기들 중에서 뭔가 차별화 요소를 넣으려고, 쿨럭. 네, 그냥 있어 보일까 싶어서 넣었습니다. ‘페니웨이™의 In This Film’을 운영하는 ‘페니웨이™’님 이름에 ™이 멋있어 보이더라구요. ㅡ,.ㅡ;; (2013년 11월 07일부터 별명에서 ™ 삭제. 그냥.)

 

4. 뗏목 아이콘은?

뗏목지기™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클립아트의 위엄.jpg

이것도 블로그 만들면서 정하게 된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파워포인트 2010에서 클립 아트 검색에서 검색 대상 ‘뗏목’, 검색 위치 ‘모든 모음’으로 검색해서 나온 이미지죠. 저작권에 관해서는 ‘개인적 비상업적 사용 권한만을 부여한다고 ‘Microsfot 저작권에 대한 질문과 대답’에 나오는군요.

일단은 최대한 개인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소심한 특성상 얼굴 사진을 떡하니 올려놓기 싫어서 찾아본 거였는데 나름 만족하고 있습니다. 아마 나중에 사진을 올리고 싶어져도 저 뗏목 옆에 얼굴을 동동 띄워놓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

 

이 글 쓰면서, 제가 이 별명을 쓴 지가 이렇게 오래 되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네요. 좋은 뜻, 무거운 뜻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열심히 잘 살아야 되겠다 다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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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