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 『대사각하의 요리사』 요리로 모든 게 해결된다면

또다시 예전 글로 날림하는 ‘타임캡슐’입니다. (^^;;) 예전에 썼던 글들이라 지금에 와서는 유효하지 않은 정보들도 있고, 손발이 오글거리는 내용들도 많지만 백업의 의미로 거의 수정 없이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틀리게 작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맞춤법만 수정) 올립니다.


[타임캡슐] 『대사각하의 요리사』 요리로 모든 게 해결된다면
대사각하의 요리사 1~25(완결) / 카와스미 히로시 / 학산문화사

(c) 2006 학산문화사


이번주 한겨레21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실렸다. [박노자의 동아시아 근현대 탐험 : 북방영토, 도둑놈의 장물 싸움](기사 바로 가기 )인데, 일본과 러시아의 영토분쟁 대상이 되고 있는 섬에 관한 글이다.

이는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와 러시아 캄차카 반도 사이에 있는 쿠릴열도 중, 일본에서는 북방4도라고 부르는, 일본에 가까운 세 개의 섬과 한 개의 제도를 말한다. 이 북방4도는 현재 러시아에 속해 있고, 일본은 지속적으로 이 섬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작품이 『대사각하의 요리사』이다.

주인공인 쿄우는 주 베트남 일본 대사관의 요리사다. 그의 목표가 요리사와 손님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고, 대사 또한 요리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외교의 좋은 방식의 하나라고 믿고 있다.

등장하는 요리의 면면 또한 일본 뿐 아니라 베트남, 중국,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의 요리와 퓨전요리의 향연이라 할만큼 묘사가 뛰어나다.

게다가 ‘외교’라는 소재도 그저 곁다리로서가 아니라, 주된 소재로서 일본과 주변국들의 민감한 사안들을 함께 구체적으로 다루어져서 현실감을 더한다.

외교관들, 요리사들 등 매력적인 조연 캐릭터들의 성격 묘사도 이야기의 구성력 또한 뛰어나 하나의 작품으로서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작품이다.

하지만, 역시 외교라는 소재를 담고 있고, 일본 작품인 만큼 정치적 중립성의 측면에서는 일본의 시각에 치우쳐져 있는 점이 때로는 눈에 거슬리고 별 생각 없이 보면 자연스레 일본측의 입장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니 주의할 필요는 있을 듯.

처음 말한 북방4도 문제 또한 이 작품에 담겨져 있다. 외교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니만큼 당연하겠지만, 역시 만화에서는 요리로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물론 영토를 돌려받는다거나 이런 것은 아니지만.)


북방4도는 1945년까지 일본의 영토였으나, 제2차 대전에서 일본이 패한 직후, 러시아가 무단 점령하여 일본인들을 내쫓고는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 일본의 주장이지만, 박노자 교수는 이 영유권 주장이 쫓겨난 실향민들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다양한 계층,계급의 구성원들을 획일적인 ‘국민’으로 통합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본다.

게다가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에 살던 원주민인 아이누족은 이런 문제들 속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기사의 제목처럼 그들에게는 ‘도둑놈의 장물 싸움’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화해,평화,공존의 길은 멀고도 험한 것이다.

대부분의 요리 만화는 요리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고 스토리도 그렇게 풀어가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생각하면 가끔은 마음이 씁쓸해진다. 하지만 현실에는 없는 희망찾기, 그것 또한 만화가 가지는 매력일테니.


by 뗏목지기 (2006-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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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