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타임캡슐은 제가 여기 저기에 올렸던 만화 관련 글을 모으는 곳. 예전에 썼던 글들이라 지금에 와서는 유효하지 않은 정보들도 있고, 손발이 오글거리는 내용들도 많음. 하지만 백업의 의미로 거의 수정 없이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틀리게 작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맞춤법만 수정) 올림.
[타임캡슐] 『섬데이』
하라 히데노리 / 대원CI / 전8권
군대를 전역하고 나면 무엇을 할까… 많은 사병들이 그런 고민을 하면서 군생활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학생이라면 복학을 하겠지만… 그래도 질문은 남습니다. 졸업하면 무엇을 하지? 결국은 어느 시기든지 끝에 이르면 그 이후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겠지요. 죽고 나면… 이라는 질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전역예정자나 졸업예정자는 취업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움직이게 됩니다. 적성과 능력이라는 말은 허울이 되고, 시험기술과 면접기술을 익혀 월급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직장을 찾게 됩니다. 아니면 남 보기에 그럴듯한 직업이나.
하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데, 언제 우리가 적성과 능력을 제대로 알 기회가 있었는가요. 공부 열심히 하면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산업사회의 명제에 따라 시험성적을 올리기 위한 공부만을 한 것은 아닌지. 직장이란 어찌 보면 결국 남을 위해 일하는 것인데… 나의 인생을 만들 수 있는 그런 삶을 산다는 건 모두에게 참으로 힘든 일인 듯 합니다.
섬데이(SUMDAY)는 ‘어느 멋진날’이라는 제목으로 해적판이 나오기도 했던 일본 작품을 대원에서 정식판으로 출간한 것입니다. 음… 대원이 맞나? 이젠 출판사도 가물가물… 8권짜리 소품입니다.
주인공은 대학교를 졸업한 취업 재수생입니다. 세계적으로 고학력 실업이 문제가 되고 있고 일본도 예외는 아니지요. 많은 친구들이 당연하다는 듯 졸업도 하기 전에 직장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취업 재수생이라는 딱지를 달고 의기소침한 생활을 합니다.
오래 사귄 여자친구는 번듯한 직장은 아니지만 자기 소신을 갖고 일을 하고 있는데 이 주인공은 자기 적성이 뭔지, 무슨 일을 해야 할지도 아직 모르고 있는 거죠. 그런 여자친구와의 사이도 소원해져 가고, 그 틈을 또 다른 여자가 비집고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삼각관계, 헤어짐, 또 헤어짐, 다시 만남… 아르바이트 거리를 찾다가 우연히 건물 옥상에 광고네온판을 설치하는 일을 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사건들이 벌어지고…
결말이 약간은 뻔한 해피엔딩이라 김빠지는 면이 없지 않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현대인(특히 취업을 앞둔 젊은이들)의 삶과 사랑에 대해 섬세한 시각으로 묘사한 작품입니다.
그다지 히트작이 아니라 일반 대본소에서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는데, 약간 규모가 있고 특히 코믹스판을 많이 가져다 놓은 곳이라면 보실 수도 있을 겁니다.
by 뗏목지기 (200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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