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몇 분 안 남았다. 공부가 부족하여 투표 당일에 선거 이야기 자체를 하면 안 되는 건지, 특정 후보에 대한 얘기를 하면 안 되는 건지 잘 모르겠고, 지금 쓰는 글이 선거 얘기가 될지 후보 얘기가 될지조차 알 수 없어서 지금 쓴다.
2002년 대선 전야의 기억
2002년 대선 전날 밤은 폭풍같았다. 단일화가 깨지고 그 사실이 1면에 실린 보수신문이 대량으로 아파트 단지 등에 배포되고 있었다. 집 근처 몇몇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신문 뭉치들을 발견하고 신고하고, 신문 뭉치 말고 그 뭉치를 뿌리고 다니는 놈들을 잡겠다며 해가 뜰 때까지 온 동네를 누볐다. 절실함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승리였다. 그 승리가 오래 가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희망까지 버리진 않았다. 희망을 버리면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길 힘조차 없어질까 두려웠기 때문에.
그 후 8년간 별별 일이 다 있었고(개인적으로는 정치적 스탠스도 많이 바뀌었고), 또 2년간 별별 일이 다 있었고, 선거기간 동안 또 별별 일이 다 있었다. 선거기간 동안 내가 꿈꾸는 것을 위해 온전히 다 바쳐 최선을 다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도 오늘 밤은, 2002년 그 날의 무언가 묘한 느낌이 다시 살아오는 밤이다. 오래된 기억 속 절박하지만 절망하지 않았던 심장소리가 다시 들려오는 밤이다.
(많이는 못해도) 나는 그저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한다. 그날의 바람이 다시 불길 바라면서. 뭔가 정말 기분이 이상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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