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은 제가 여기 저기에 올렸던 만화 관련 글을 모으는 곳입니다. 예전에 썼던 글들이라 지금에 와서는 유효하지 않은 정보들도 있고, 손발이 오글거리는 내용들도 많네요. 하지만 백업의 의미로 거의 수정 없이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틀리게 작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맞춤법만 수정) 올립니다.
[타임캡슐] 『좋은 사람』
다카하시 신 / 세주문화사 / 전 27권 (애장판 학산문화사 전 18권)
‘넌 나중에 커서 뭐가 될래’ 이 한 문장을 읽고 무엇을 느끼셨나요? 말썽을 저질렀을 때 어른들이 하는 질책성 표현? 아이들에게 호기심 어린 말투로 물어보는 따뜻한 표현? 말투에 따라서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말입니다.
학교 다닐 때 그런 거 조사하지요. 장래 희망 같은 거. 초등학교 때는 대통령, 과학자, 이런 게 많고… 나중에 취직할 때 되면 ‘월급이나 꼬박꼬박 주는…’ 이렇게 되죠. ^^
제가 아는 선배 중에는 초등학교 때 설문조사에서 장래희망을 이렇게 적었답니다.
‘착한 사람’
물론 선생님은 장난치냐고 했지만… 그거 말고는 다른 생각이 안 나더랍니다.
‘좋은 사람’이라는 작품은 다카하시 신의 작품을 박연 씨가 번역하고 세주문화사에서 출판한 27권짜리 만화입니다. 한때 ‘미스터큐’라는 드라마 일부분이 이 만화를 표절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던 그 작품이죠.
김민종과 김희선이 신제품을 개발하고는 제작 공장을 찾으러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비가 와서 버스정류장에서 둘이 묘한 분위기로 서 있다가 결국 커피숍에서 밤 새는 장면이었지요.
이 만화의 주인공인 유지는 정말 ‘착한 사람’입니다. 길 가다가 만나는 ‘딱한 사람’들을 절대 그냥 지나치질 못하죠. 그래서 회사 면접에도 지각하고… 신입사원 연수에도 지각하고… 출근 지각도 맨날 하고…
하지만 그는 남들이 꿈도 못 꾸는 ‘착한 생각’으로 성공의 길을 걸어갑니다. 단지 ‘많은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그 생각 하나로 말이죠.
진지한 그림체와 SD를 넘나드는 작가의 캐릭터 표현력과 때때로 만날 수 있는 풍경화 같은 그림들, 굳어있는 감성을 자극하는 따뜻한 스토리 라인과 섬세한 대사들이 일품인 좋은 만화입니다.
또한 기업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스토리가 비약적으로 흘러가지 않게 하는 경제, 경영, 마케팅과 사회 전반에 관한 작가의 박식하고 독특한 시각이 좋은 작품이죠.
이 만화를 보고 그런 얘기 하는 사람을 많이 봤습니다. ‘좋은 사람’처럼 살고 싶다… 저도 그렇거든요. 전… 벌써 세 번 독파했습니다. 대사를 외울 정도죠. ^^;;
만화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읽어볼 만한 좋은 작품입니다. (다만 상당히 많은 페이지들에서 대사의 압박이 있습니다. ^^;)
2000.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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