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타임캡슐은 제가 여기 저기에 올렸던 만화 관련 글을 모으는 곳. 예전에 썼던 글들이라 지금에 와서는 유효하지 않은 정보들도 있고, 손발이 오글거리는 내용들도 많음. 하지만 백업의 의미로 거의 수정 없이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틀리게 작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맞춤법만 수정) 올림.
[타임캡슐] 『쿠니미츠의 정치』 정치인들이여, 만화에서 배워라
머…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 만화를 보면 참 부러운 점이 많다. 쓰레기부터 명작까지… 온갖 다양한 소재와 내용이 용인되는 분위기와 그런 소재들을 만화로 만들어낼 능력이 있는 작가들…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작품과 작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꽉 막혀 있다는 느낌은 많이 드니까.
『미스테리 극장 에지』(25권완결, 학산문화사)라는 작품을 참 재미있게 봤었다. 물체와 접촉하면 그 물체에 남겨진 잔류사념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 에지가 범죄사건을 해결해 가는 작품인데, 추리물의 성격을 가지면서도 다양한 에피소드가 읽는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많은 일본 만화가 그렇듯이 폭력과 외설과 휴머니즘이 적절하게 배합된 먹기 좋은 떡인데, 뒤로 가면서 주된 줄거리와 상관없는 여경 오타쿠에 관한 에피소드가 넘 많이 들어간다거나 해서 일본 현지에서도 독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우쓰… 연재 2회분을 여경 오타쿠로 써먹다니… 이런거… ^^)
또 사건 해결식의 에피소드가 가지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라이벌격인 아키라와의 대결구도가 중심이 되면서 폭력물처럼 되어버린 부분 등도 약간은 불만스럽긴 했지만, 미완으로 끝난 25권의 뒤를 이은 2부도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미스테리 극장 에지』의 콤비 Yuma Ando(글), Masashi Asaki(그림)의 최근작 『쿠니미츠의 정치』(학산문화사)도 현재 3권까지 발간이 되었지만 꽤나 기대가 된다. 미스터리…에서 이 작가의 탁월한 엽기 코믹 스토리 구성 능력에 가려 약해졌던 범죄사건 속에 담긴 사회문제에 대한 주제의식을 아예 ‘정치’라는 이름으로 풀려고 하는 것일까.
물론 이 작품에서도 오버 액션 엽기 코믹이 다른 곳으로 도망가진 않는다. ^^; 게다가 이 작품의 주인공은 미스터리…에서 에지의 친구로 국수집 아들이며 친구의 폭탄테러 사건으로 썩은 정치를 바로잡겠다며 정치계로 입문한 바로 그 쿠니미츠인 것이다.
18세의 나이로 훌륭한 정치가를 찾아 정치를 배우겠다는 일념 하나로 작은 시골 마을로 들어온 쿠니미츠가 청렴하고 가난한 한 정치인의 비서가 되면서, 부패한 현 시장을 상대로 좌충우돌하게 된다. 이건… 머… 말로 표현하기가 힘든데, 정말 좌충우돌이다. ^^;
3권에서는 이 쿠니미츠가 자기가 모시는 선생님을 위해 천재 정치전략가로 불리는 한 고등학생에게 선거참모를 부탁하면서 벌어지는 일이 나온다. 그는 쿠니미츠에게 자기 학교 학생회장 선거에서 한 후보를 당선시키면 그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상대 후보는 현 시장의 아들인 현 학생회장을 빽으로 삼은 돈 많고 잘 생긴 학생인데, 쿠니미츠가 당선시켜야 할 후보는 돈도, 빽도, 미모도 없는 평범한 학생이고…
현 학생회장의 얘기를 하면서 쿠니미츠가 모시는 분이 하는 얘기가 참 와 닿았었는데, 학생회장을 뽑은 것도 학생들 자신이고, 현 시장을 뽑은 것도 시민들 자신이 아니냐는 얘기… 늘 그렇게 정치를 욕하지만 결국 투표때는 아무 생각 없이 투표권을 포기하거나 함부로 표를 던지는 것이 문제라는 얘기였다. 결국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니까.
그리고 이 작품은 각 권 말미에 쿠니미츠의 의문을 푸는 형태로 정치, 세금 등에 관한 짧은 대화를 담고 있는데, 이걸 보면서 ‘오오오옷~ 이거야말로 사회 교과서로 써도 될만한 작품이 아닌가~’하고 느꼈을 정도다. ^^
추리물에 이어 오버 액션 엽기 코믹 정치물에 도전한 콤비의 시도가 어떤 식으로 풀려 나갈지 참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하여간… 이 만화는… 잼.있.다. 주제의식도 주제의식이지만 그 재미를 놓치지 않는 감각이 참 경탄스럽기까지 한 괜찮은 작품이다.
Written by 뗏목지기 (2002. 1. 15)
(덧붙임 : 2005. 03. 07)
지금 현재 22권까지 발간이 되었고… 아직 시장선거는 진행중입니다. 청렴한 시장후보의 비서로서 자신도 정치가로서 성장해나가는 쿠니미츠의 이야기는 여전히 흥미진진합니다.
선거가 언제쯤 끝나려는지 알 수 없지만 늘어지는 느낌도 별로 없고 탄탄한 취재와 자료 수집이 바탕이 된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힘있게 받쳐주면서 스토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