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 『기계전사 109』 한국 SF 만화 불멸의 명작

음, 타임캡슐은 제가 여기 저기에 올렸던 만화 관련 글을 모으는 곳. 예전에 썼던 글들이라 지금에 와서는 유효하지 않은 정보들도 있고, 손발이 오글거리는 내용들도 많음. 하지만 백업의 의미로 거의 수정 없이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틀리게 작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맞춤법만 수정) 올림.

 

『기계전사 109』 한국 SF 만화 불멸의 명작


아무도 없는 회사에서의 당직이란 참 따분한 일입니다. 수십 메가 단위의 백본망에 바로 연결되어 있는 컴퓨터를 가지고 인터넷을 헤집고 다니는 일도 하루 이틀이고, 오늘은 당직서면서 밀린 업무를 해야지 하면서도 어쩐지 일은 손에 안 잡히고… 그런 게 당직의 밤이죠. 물론 저번에 님다 바이러스 때처럼 무지막지하게 심각한 장애라도 생기면 정신 없을 정도로 바빠지겠지만, 그런 일을 바라는 게 더 정신 없는 짓이겠죠. ^^

로보트 태권브이 복원판 시디를 샀습니다. 좋더만요. ^^ 물론 신파조의 대사라든가 닭살 돋는 주제가(특히 메리의 테마… 어후~ ^^;)를 들으면 옛날 영화는 옛날 영화구나 싶지만요. 그래도 그 정교한 태권동작하며… 추억을 되살리는 장면장면들을 보는 것은 참 행복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로봇’이라는 건 SF에는 거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는 거 같네요. 전투로봇만 해도 철인28호 같은 리모콘형부터 시작해서 마징가나 태권브이류의 탑승형에서 에반게리온류의 싱크로(정신에너지와 감응한다는 의미로 쓴 겁니다.)타입까지요. 하지만 인간과 닮은 로봇, 흔히 사이보그라고 얘길 하는 그런 로봇들의 이야기는 의미가 남다른 거 같습니다.

분명히 인간과 닮은꼴이면서도 인간이 아닌 존재… 이런 얘길 하자면 신의 영역인 생명의 창조에 도전하는… 따위의 철학적인 얘기부터 정체성의 문제로 고뇌하는 사이보그의 이야기까지 이야기의 깊이가 참 깊어지거든요. 영화 ‘블레이드 러너’라든가 애니 ‘공각기동대’를 생각하면 더 그러네요.

그래서 이 작품 『기계전사 109』를 다시 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준범 님의 1989년 작품인데요. 그야말로 혜성같이 나타난 한국 SF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죠. 벌써 10년이 훨 넘었네요. 중3때였군요. ^^ 김준범 님의 작품은 요즘 모 출판사에서 재 출간되고 있기 때문에 구입 혹은 대여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인간과 로봇의 갈등이라든가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의 컨셉은 위에서 얘기한 블레이드 러너와 공각기동대에서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80년대 우리나라의 시대상황을 절묘하게 이야기 속에 풀어내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남다른 듯 하네요. 민주-반민주의 구도를 사이보그해방전선-인간의 구도로 대치시키는 이외에 이 만화의 등장인물들 하나하나는 우리 사회의 과거와 그대로 일치가 되거든요.

하지만 결국 중요한 물음은 과연 인간답다는 게 무엇인가 라는 거죠. 육체와 정신의 존재만으로 인간 존재를 규정한다는 것은 어쩌면 먼 미래에는 의미 없는 질문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작품에서 인간다움의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 것은,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가장 인간답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Written by 뗏목지기 (2001. 10. 24)


P.S. 명대사 모음 (기억나는대로… ^^)

“사이보그에게 돈을 쓰지 못하게 하는 건 인간은 우리를 지배하지만 인간은 돈에 지배를 받기 때문에 그걸 두려워하기 때문이지”(삐에로 로봇)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인간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꽂을 키우는거야”(꽃밭 할아버지 로봇)

“사이보그 해방전선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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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