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방지법이라니 말 참 잘 만드네, 하지만…

‘먹튀방지법’이라는 단어로 구글 검색을 해보니 수백 개의 기사가 쏟아진다. 이 법은, ‘선거보조금을 받은 정당의 후보자가 사퇴하는 경우, 받은 선거보조금을 반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먹튀방지법' 검색해보니...
‘먹튀방지법’ 검색해보니…

찾아보니까 선거보조금은 정치자금법 5장 ‘국고보조금’ 항목에 정의되어 있다. 선거보조금은 각 선거에서 후보를 낸 정당에, 후보자등록마감일 2일 이내로 지급하게 되어 있다. 지급하는 금액은 교섭단체 구성 여부, 국회의원 수, 이전 선거에서의 득표율 등을 고려하여 나누어지게 된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것은 현재 후보를 사퇴하는 경우에도 이미 지급받은 선거보조금을 돌려줄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이 논란은 ‘먹튀방지법’이라는 이름이 나오기 전에 벌써 지난달 초 새누리당이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시작되었고, 그에 대한 포스팅도 한 적이 있다.

이 사안은 언뜻 들으면, “아니, 후보를 사퇴했으면 받은 돈 내놔야지 그냥 가지는 게 말이 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름도 ‘먹튀방지법’이라고 참하게 만들어 놓았으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나도 이 사안을 잘 몰랐을 때는 그런 생각이 없지 않았지만, 캡콜드 님을 비롯한 여러 분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조금이나마 정리가 되었다.

선거 보조금은 기본적으로 해당 정당의 소속 후보의 선거 용도로 쓰게끔 되어 있다. 후보자가 사퇴했다 하더라도 그 전까지 후보의 선거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선거보조금을 받는 것은 사실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2007년 심대평 후보가 이회창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해 후보 등록 후 사퇴했을 때, 선관위에서는 “선거보조금은 정당에 지급한 것이므로 후보의 사퇴 여부와 관계없이 반납할 필요가 없다. 다만 해당 정당 후보의 선거용도 외에 사용이 불가능하므로 다른 당 또는 무소속 이회창 후보를 위해서는 쓸 수 없다”고 한 바도 있다. (관련 기사는 여기)

즉, 정당이 후보자를 내고 그 후보가 사퇴하기 전까지 선거보조금을 해당 후보의 선거를 위한 용도로 사용했고 이를 성실하게 증명할 수 있다면, 단지 사퇴했다는 이유로 ‘먹튀’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선거보조금을 선거 외 용도로 사용하고 용도를 거짓으로 증명하는 경우만 잘 감시하여 밝힐 수 있다면, 현재의 정치자금법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결국 이 ‘먹튀방지법’이라는 이름은, 야권의 단일화를 견제하고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덧붙이기 위한 아주 잘 만든 조어라는 생각이다. 어제 포스팅한 EBS 다큐프라임 ‘킹메이커’ 관련 글에도 나오듯이, 언어의 힘을 절묘하게 활용한 셈이다.

그런 관점에서 문재인 후보가 소위 ‘먹튀방지법’을 수용한 것이 정치공방에 있어서는 절묘한 한 방이라고 보지만,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정당이 후보를 내고 선거 활동을 하다가 상황에 따라 단일화나 연합을 하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정치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 활동에 사용 유무와 상관없이 후보 사퇴만으로 선거보조금을 회수한다면, 소수 정당의 활동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 막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본다.

그러니까 이런 먹튀라던가...
그러니까 이런 먹튀라던가…

 

이런 먹튀 같은 거...
이런 먹튀 같은 거…
이런 먹튀부터 좀 어떻게 해보자고...
이런 먹튀부터 좀 어떻게 해보자고…

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