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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킹메이커”, 아주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

무려 손석희 교수가 3년여 만에 TV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이 확 쏠렸던 “킹메이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기획이기도 해서 관심이 가던 차에 다시보기로 전 3부 중 2부까지를 보았다. 오랜만에 본 손석희 교수는 여전히 동안. 노회찬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과 동갑이라고 한다. (…)

2부까지 본 감상은 참 잘 만든 다큐라는 것. 내용도 흥미진진하고 각종 이미지와 영상도 이해하기 쉽게 잘 배치되어 있었다.

1부의 제목은 “네거티브 전쟁”. 아버지 부시가 당선되었던 1988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 옐친이 당선되었던 1996년의 러시아 대통령 선거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들이 어떻게 초반의 낮은 지지율을 뒤집고 당선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다룬다. 결론은 “네거티브는 쉽게 먹힌다”.

특히 미국 사례에서 상대 후보인 듀카키스가 먼저 만들지도 않았고 실제로는 범죄율을 낮추는 효과를 거둔 ‘죄수주말휴가’ 제도의 나쁜 사례를 어떻게 활용했는지가 눈에 띄었다. 내용은 듀카키스가 주지사로 재직할 당시 주말휴가를 갔던 범죄자 ‘윌리 호튼’이 잔혹한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있었다는 것. 실제 사건 당시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을 끄집어 내어 ‘윌리 호튼 사건’이라고 이름짓고 대대적으로 퍼뜨려 듀카키스에게 마치 범죄를 옹호하는 후보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는데, 이 부분은 보면서 정말 섬뜩하기까지 했다.

2부의 제목은 “중도를 위한 이념은 없다”.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서 소위 중도파를 위해 정책을 이동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밝힌다. 보수, 중도, 진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여러가지 정책에 대한 입장을 물어보는 실험인데, 중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전체적인 결과가 중도로 나왔다. 그런데 개별 정책으로 나누어서 보면 아주 진보적인 때도, 아주 보수적일 때도 있었다. 즉, A 정책에서는 보수적, B 정책에서는 진보적인 답을 해서 평균이 중도가 되는 식이라는 것.

킹 메이커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중도가 아닌 ‘이중이념주의자’라고 표현하는데, 아주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어떤 후보가 중도의 표를 얻기 위해 정책적으로 중도적 입장을 표방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자신의 주장을 더 선명하게 만들되, 중도를 끌어올 수 있게 프레임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여기서 또 흥미로운 실험이 나오는데, 같은 질문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는 것. “KTX를 사기업에 매각하는 것에 찬성하십니까”라는 질문과 “KTX에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에 찬성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하루 차이로 같은 장소에서 설문조사를 해보니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 전자의 경우에는 반대가 앞도적으로 높았으나, 후자에는 찬성의 비율이 더 높아지거나 반대보다 더 높게 나오는 결과를 직접 보니 신기하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이 프로그램은 각 후보 선거캠프 담당자들은 꼭 봐야 할 것 같다. 물론 평소에 이런 식으로 잘 하는 모 정당이 있긴 하지만…

3부의 제목은 “당신들의 선거운동은 석기시대의 것이다”인데, 아직 보지 못했다. 보고 난 뒤에 후속 포스팅을 해볼까 한다.

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