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몇 번 언급했지만, 블로그에서는 처음 얘기하네요. 상지대와 관련하여 쓴 블로그 글 때문에 고소를 당했습니다.
1. 전화가 오다.
2011년 12월 13일(화)이었습니다.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032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더군요. ‘강원도? 스키 시즌권 홍보인가?’하고 생각하며 전화를 받았죠. 그런데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XXX 씨죠? 원주경찰서 사이버수사팀 XXX 경사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뭔가 문제가 되어서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시스템 엔지니어라는 직업상 가끔 해킹 관련 건으로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곤 했었으니까요.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 전화가 아닌 휴대폰으로 바로 온 적은 없었는데, 어쨌든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는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제 블로그 글이 문제가 된 거더군요. 해당 블로그가 제 것이 맞는지, 그 글을 제가 쓴 것이 맞는지 등을 확인한 후에 경찰서에 나와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순간 여러가지로 머리가 복잡했지만 우선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연말연시라 너무 바쁘기 때문에 원주까지 가서 조사를 받기가 힘들고 지금 당장 가능한 날짜를 말씀드리기 어렵다. 나중에 다시 통화를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러고는 트위터에 글을 올렸죠. (ㅡ,.ㅡ;;)
15:55 우와~ 제 블로그에 작년에 올린 상지대 건 포스팅과 관련해서 원주경찰서에서 출석요구 전화를 받았어요. 내게도 이런 일이 ㅋㅋㅋ 그나저나 어케 대응한담?
트윗에는 ㅋㅋㅋㅋ을 썼지만, 짜증과 걱정스러움이 교차되는 심정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친애하는 블로거 벗이자 고소 선배(?) 민노씨와 통화를 해서 대략의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민노씨도 저와 함께 또 고소를 당했더군요.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내 전화번호는 어떤 식으로 알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 심정은 여기…
15:43 어제 상지대 포스팅 관련해서 경찰서 전화 받고 보니까, 넷상에서 아무리 익명성을 유지하려 해도 털면 나오는 게 당연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내 블로그로부터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아내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뭐 애초에 한 아이디를 10년 넘게 쓰고…
17:54 아니 그나저나 S대 쪽은 나같은 듣보잡 블로거를 고소해서 뭐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네. ㅡ.,ㅡ;
2. 무엇이 문제가 되었나.
- 고소 대상이 된 글 : 상지대, save us!!
위 글에서 문제를 삼은 부분은 아래 두 부분입니다. (정확한 내용은 사실 조사를 받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만) 아래 부분이 허위사실이기 때문에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것이 그쪽의 입장이죠.
상지대의 현실이 딱 이렇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무지막지한 사학비리로 17년 전에 쫒겨난 상지대의 구 재단 세력이 다시 돌아와 상지대를 장악하려 하는 현실”인 거죠. 17년 만에 개과천선하고 돌아온 것일 수도 있지 않냐구요? 그런 거면 참 다행일 텐데, 무려 “난 잘못한 거 없음. 빼앗긴 거 다시 찾으려는 거임. 내 놓으셈”이라서 문제인 거죠.
무엇보다 제가 섬뜩했던 것은, 17년이라는 시간이 긴 시간이 아니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구 재단 세력은 17년간 얼마나 독하게 칼을 갈아왔을까요. 언젠가는 다시 학교를 사유화하고 비리의 온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집착이 얼마나 강하면 그럴 수 있을까요.
이게 2010년 7월에 쓴 글입니다. 아직도 상지대 사태는 현재진행형이고 김문기 전 이사장의 복귀 시도는 계속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 저는 거의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명예훼손 고소라니, 잊고 살지 말라고 도와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가 싶네요.
어쨌거나 갑자기 전화가 와서 원주경찰서라며, 고소당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좀 당황스럽기는 합디다. 좀 쫄기도 했던 것 같아요. ㅎㅎㅎ 첫 통화를 끝내고 나니 그 다음에는 짜증이 밀려 오더군요. 이것들이 도대체 내가 뭘 어쨌다고 고소냐. 아 귀찮게 되었구만.
3. 여러모로 알아보다.
우선 사이버 명예훼손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즉, 그 내용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처벌이 가능하고 허위인 경우에는 가중처벌하게 되는 거죠. 다만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대한 내용은 민노씨가 예전에 고소를 당했을 때 인터넷 주인찾기 동인이신 제라드 님이 쓰신 글을 참고했습니다.
위 사건에서 민노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제가 쓴 글이 민노씨의 글에 비해 더 심하지는(?)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ㅎㅎ)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반복해서 얘기하지만 귀찮고 짜증날 뿐이죠.
그 다음은 경찰서 관할 이전 신청인데, 민노씨의 사례에서도 관할을 원주경찰서에서 서울성동경찰서로 이전하여 조사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해당 절차를 통해 피고소/고발인의 거주지 등 가까운 곳으로 관할을 이전하여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이번 건의 경우 여러 지역의 블로거 십 여 명이 고소를 당한 건이기도 하고, 원주경찰서 측에서 서울로 우리 쪽에서 편한 날짜에 출장을 와서 여러 명의 블로거를 함께 조사하겠다 하여 실제로 진행하지는 않았었습니다.
조사 요구를 서면으로 받을 필요가 있는가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통한 출석 요구가 법적으로 가능하고 굳이 조사 단계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할 필요가 없다는 여러 조언에 따라 이 부분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4. 모여서 조사받다.
2011년 12월 26일 인터넷주인찾기 송년 모임에서 고소를 당한 민노씨, 박연 님과 만나 관련 논의를 했습니다. 저는 그 날 경찰과 다시 통화를 했고, 본인이 서울로 올라와서 조사를 할테니 해가 바뀌기 전에 진행을 하자는 얘기를 들었구요. 일단 내일 오전에 다시 통화하자고 하고 끊었었죠. 그 와중에 또다른 피고소인 블로거 정신병자(이하 ‘병자’)님과 연락이 되면서 공동조사를 받기로 결정하고 병자님이 경찰에 연락을 취해 저, 박연 님, 병자님 3명이 2012년 1월 6일(금)에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함께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민노씨는 예전 고소 건이 있어서 이메일 조사로 대체)
공동 조사를 받으면서 있었던 일은 민노씨께서 잘 정리를 해 주셨네요.
개인적으로는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도움 주시는 분들도 많고 함께 고소 당한 분들도 있어(^^;;) 씩씩하게 조사 잘 받았습니다. 조사 받으면서 있었던 일과 감상은 따로 또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걱정해 주고 응원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