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원더우먼을 잘 모른다. 린다 카터가 분한 [원더우먼]의 이미지는 알지만 고대적 그 미드는 본 기억이 없고 코믹스를 찾아볼 정도로 팬은 아니었고 아무튼 그랬다. 물론 히어로 영화의 팬으로서 영화 [원더우먼]에 대한 기대가 없지는 않았지만 크지도 않았다. 그런 상태로 봤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꼭 보고, 두 번 봐도 되는 영화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등등이 나오는 DC코믹스와 그를 기반으로 한 영화 세계관인 DCEU(DC Extended Universe)를 몰라도 된다. 초반부 데미스키라 장면의 꼭 필요한 약간의 지루함을 극복하고 나면 끝까지 의미있고 즐길만한 장면의 연속이다. 아 뭐 하데스… 코.. 그건 좀… 읍읍읍.
완벽한 영화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남성 캐릭터에게 의존하지 않으며 그 자신으로서 존재하고 성장하는 여성 히어로의 모습을 이 정도로 그려낼 수 있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잭 슈나이더의 입김이 닿았다는 액션 신에 대한 말이 좀 있긴 한데, 그런 액션 신과 함께 망한 영화([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와 그런 액션 신에도 불구하고 잘 나온 영화는 엄청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나는 [원더우먼]의 액션 신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맨 오브 스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수어사이드 스쿼드]로 이어지며 망해가던 DCEU를 원더우먼이 살려놨으니 워너 브라더스는 이제 교훈을 얻어서 앞으로는 좀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다음 작품인 [저스티스 리그]는 여전히 걱정 투성이지만.
덧: 크리스 파인 짱 조음.
덧2: 주연인 갤 가돗의 시오니즘(이스라엘 근본주의) 행보에 대한 비판이 있고 일리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에 대한 비판과 영화를 소비하는 것 사이에는 일정 거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대 사회의 생산과 소비는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소비를 거부(불매)하는 형태로 생산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