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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26년』을 다시 보며 – 5.18 30주년을 맞다

솔직히, 많이,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5월을 맞으면서도 ‘그 날’이 있는 달이라는 생각을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지난 주 쯤엔가 곧 ‘그 날’이로구나 생각하고는 오늘 저녁이 되어서야 아, 내일이지 하고는 잠시 멍해졌다. 꼭 그 전날에야 생각나는 가족 생일도 아니고.

『26년』을 다시 보며 – 5.18 30주년을 맞다
『26년』 – 강풀(글,그림), 미디어다음 만화속세상(연재), 문학세계사재미주의(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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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은 2006년 미디어다음 만화속세상에 연재된 강풀 작가의 작품이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하 ‘5.18’) 당시 공수부대원이었던 이는 용서받기 위해, 부모를 잃은 아들들과 딸들은 긴 세월의 응어리를 풀기 위해 그 원흉(29만 원 세대라는 그 분)을 암살하고자 한다.5.18을 소재로 하지만, 1980년이 아닌 2006년의 시점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유족)의 삶과 상처를 이야기 함으로서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은 명작(이라고밖에 얘기할 수 없다)이다.

스릴러의 형태로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면서 절정의 연출력과 스토리텔링으로, 무조건 재미있어야 하고 현재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작가 스스로의 말을 200% 달성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때가 정말로 강풀 작가의 절정기였던 듯.)

결국은 눈물이 흘렀다. 마지막 회를 보면서, 울지 말아야지 생각했지만. 결말의 깊은 여운과 등장인물들의 상처가 마음 아파서인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에 <방아타령>을 연주한다는 개새끼 소리가 절로 나오는 뉴스 때문에 열을 받아서인지, 아니면 이렇게 잊고 살아가고 있는 내가 미워져서인지  잘 모르겠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다. 『26년』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야기로 5.18을 이야기하지만, 그보다 더 수많은 방관자들이 5.18을 만들었고, 친일파들을, 독재의 하수인들을, 광주의 가해자들을 아직도 버젓한 세력으로 존재하게 했음을. 그 안에 내가 있다는 것도.

* 『26년』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해주는 글 : capcold님의 블로그님, ‘집요하게 기억할 필요가 있는 것들 -『26년』

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