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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가족들은 특례 입학을 요구한 적이 없다 [슬로우뉴스]

세월호 특별법의 일부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희생자 전원 의사상자 지정, 생존 학생에 대한 대학 특례 입학이 그것이다. 이 내용에 근거해 세월호 특별법을 반대하는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판국이다. 하지만 정확히 짚고 넘어가자. 이 내용은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이하 ‘가족대책위’)가 제안한 특별법에는 들어 있지 않은 내용이다.

가족대책위 법안에는 특례 입학 내용 등 없어

현재 세월호 특별법은 가족대책위 외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도 각각 안을 내놓았다. 이 세 가지의 세부 내용이 서로 다르다. 그리고 의사상자 지원과 대학 특례 입학은 가족대책위 안에는 들어 있지 않다. (가족대책위 법안: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그러므로 세월호 특별법 반대 운동을 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반대하는 것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만든 특별법안’임을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다.

가족대책위 안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상과 배상이 중심이 아니다. 물론 제 4장에 5가지 피해자 지원 대책이 들어있지만, 이 또한 의사상자 지정과 특례 입학에 관한 내용은 아니다. 의사상자 지정에 관한 내용은 새정치연합의 특별법안에, 특례 입학에 관한 내용은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특별법안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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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대책위 법안은 진실규명과 재발방지가 중심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규명과 재발방지다. 그리고 이를 위한 4․16 참사 특별위원회(이하 ‘특별위원회’) 구성이 가족대책위 법안의 중심 내용이다. 특히 특별위원회가 말뿐인 위원회가 되지 않기 위한 인적 구성, 활동 기간, 권한(수사 및 기소권) 등에 관한 내용이 잘 담겨 있다.

이에 비해 새누리당과 양당의 안은 진실규명과 재발방지에 있어 미흡한 점이 많다. 특별위원회에 관한 가족대책위 안의 핵심 내용은 이렇다. (아래 이미지 출처: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사이트의 “4.16 특별법안의 핵심내용과 각 정당 특별법안의 차이“)

가족과 국민이 믿을 수 있는 특별위원회 구성

가족대책위 안은 16명의 위원 중 8명을 피해자단체 추천 인원으로 한다. 이에 비해 새누리당 안은 20명 중 4명, 새정치연합 안은 15명 중 3명만을 배정하고 있다. 게다가 새누리당 안은 그 4명을 피해자단체 추천 인원이 아닌 유족 및 유가족 대표로 한정하고 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법안 1

특별위원회의 충분한 활동기간 보장

새정치연합의 안은 기본 1년에 연장 1년, 새누리당 안은 기본 6개월에 연장 3개월이다. 가족대책위 안은 기본 2년에 연장 1년이다. 법안에 정의되어 있는 것처럼 특별위원회가 진실규명 뿐 아니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까지도 진행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활동 기간이 필수일 것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법안 2

특별위원회 내에 전문적 소위원회 구성

가족대책위 안에는 특별위원회 내에 진실규명 소위원회, 안전사회 소위원회, 치유/기억 소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안에는 두 개의 소위원회가 있으며, 새누리당 안에는 없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법안 3

특별위원회에 특검 수준의 독립적 수사, 기소권 보장

새누리당 안에는 특별위원회의 수사, 기소권에 대한 명시가 미비하며 겨우 자료제출 요청권 정도만 담겨 있다. 이쯤 되면 이런 법안을 왜 내놓았는지 화가 날 지경이다. 새정치연합 안은 좀 더 나은 수준이지만 기소권 대신 특검을 요구할 수 있는 정도다. 특별위원회의 독립적인 활동과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을 위해 가족대책위 안에서처럼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보장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법안 4 세월호 가족대책위 법안 5

참사 재발방지대책의 지속적 시행 보장 

가족대책위의 안에는 재발방지대책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징계도 가능하게 되어 있다. 이건 당연한 얘기다.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처벌이 없다면 누가 그걸 지키겠는가. 새정치연합은 대책 보고 의무까지만, 새누리당은 대책 권고까지만 담았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법안 6

실질적인 내용 담은 특별법 만들어져야

진실규명과 재발방지를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이런 유가족들의 뜻과는 달리 양당의 안은 기대에 못 미친다. 게다가 의사상자 지정이나 대학 특례 입학 같은 내용을 앞세워 쓸데없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는 이런 내용이 마치 가족들의 요구사항인 양 돌아다녀 애꿎은 가족들이 비난받고 있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진실은 많고, 국정조사는 정쟁 속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조원진
출처를 확인하지 못해 슬로우뉴스 버전에서는 뺀 이미지. 내 블로그니까 그냥…

지금 가족대책위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와 광화문에서 농성하고 있다. 그리고 살아남은 아이들은 친구들과 부모를 위해 안산에서 국회, 광화문까지 도보행진을 한다. 가슴 아픈 참사가 일어난 지 90일이 지났고 두 자리였던 숫자는 이제 곧 세 자리가 된다. 지금은 특례 입학 비율을 1%로 할 것인지 3%로 할 것인지 따위를 논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더는 헛된 시간이 흘러가지 않게끔, 진실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사람이 진짜 죽을 때는 모두에게서 잊힐 때라고 합니다.’ 이 말은 71일 만에 학교로 돌아온 단원고 2학년 생존 학생들이 호소문에서 차마 끝까지 읽지 못한 글귀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잊지 않을 것이란 것을 우리 학생들이 알아줬으면 합니다.

 JTBC 뉴스9, 2014-06-25 오프닝 멘트 중에서.


slownews-logo1.png* 이 글은 “Fast is good, slow is better”, 슬로우뉴스에도 게재하였습니다 *

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