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뉴스 이야기 5: 명함에 닉네임을 쓴 이유

드디어 만들었다. 슬로우뉴스 명함.

기본 디자인은 써머즈 님이 하셨고, 그걸 현재 형태에 가깝게 만든 건 우리 회사 디자이너 님이, 최종적으로는 명함 사이트의 담당자가 완성해 주셨다. 무려 슬로우뉴스 창간 20개월만의 일인데, 아무튼 슬로우하게 일하는 게 종특. ;;

명함에 이름을 실명으로 넣을지, 닉네임을 넣을지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사실 매체 종사자(라고 하긴 좀 부끄럽지만)로서 취재 과정에서 닉네임을 사용하다보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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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잘 못 알아듣는다. 뗏목지기가 발음하기도 좀 어렵고 귀에 쏙 들지는 않는(것 같)다. 그러다보니 “슬로우뉴스에서 ‘뗏목지기’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같은 미사여구를 사용해야 한다. 닉네임만으로도 알만큼 유명하지도 않다 보니 왜 저러나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

아무튼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그냥 “뗏목지기”를 넣었다. 왜냐하면 뗏목지기는 내 온라인 상의 자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서, 트위터에서, 슬로우뉴스에서 나는 그냥 뗏목지기다. 심지어는 오프라인에서 실명으로서의 나를 아는 사람도, 온라인에서 나를 뗏목지기로 알고 불러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온라인에서 그렇게 불러주시는 오프라인 인맥에게 감사한다.)

펄 님이 “페이스북이 만드는 평균인”에서도 쓰셨듯, 나는 익명성의 가치와 익명성에 바탕한 여러가지 자아를 만드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다. 그리고 민노씨가 쓴 “거짓말할 수 있는 권리”에 나온 것처럼,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거짓말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에서 뗏목지기라는 이름을 씀으로서, 나는 개인 OOO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할 말과 하지 않아야 할 말이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자각하게 되는 효과도 있다. (물론 페이스북 친구 관계에서는 조금 느슨하게 동작하기도 하지만)

결론적으로, 명함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오프라인에서 주고받는 것이기는 하지만 뗏목지기라는 온라인 자아가 오프라인에서 발현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언젠가는 실명 OOO의 자아와 뗏목지기의 자아를 통합(?)할 때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이대로 가는 것으로.

그나저나 명함의 “편집위원”이라는 직책이 왠지 노티나는 느낌을 주는 듯. (페이스북 댓글 반응을 보니. ㅋ) “편집인”이나 “편집자”로 할 걸 그랬나. “글 쓰는 사람”도 괜찮을 거 같은데. ;;

아, 하나 더. 슬로우뉴스의 후원 계좌 안내 페이지를 열었다. 현재 슬로우뉴스는 내부 구성원들이 내는 회비와 기타 등등 수입(거의 없…)으로 꾸려지고 있다. 온라인으로 바로 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서 좀 아쉽긴 하지만 슬로우뉴스의 취지와 내용에 공감하는 분들의 도움이 쏟아(!)지길.

국민은행 653201-04-035401(유)슬로우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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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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