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고은 님의 명복을 빕니다

연출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였던 최고은 님의 죽음에 대해 여러가지 얘기들이 많이 있네요. 글쎄, 저는 뭐랄까 무작정 슬프기만 했습니다. 한 사람이 병마와 생활고에 시달리다 죽음에 이르면서 얼마나 큰 좌절을 겪었을까 생각하면, 그 이상의 얘기를 할 수가 없더군요.

혼자 집에서 막걸리에 김치를 먹으며 타임라인을 보다가 고 최고은 님의 쪽지가 떠올라 눈물이 핑 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

차라리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꿈을 이루려 애쓰는 건 아무 소용 없으니 현실에 순응하고 적당히 밥벌이나 하라고 가르치란 말이다.

그이는 어떤 심정으로 그 쪽지를 남기고 또 죽어갔을까. 이렇게 가슴이 먹먹해지는 건 단지 술기운 때문일까. 뭘까.

어제 페이스북에 끄적인 글입니다. 누군가는 ‘무능력’에 대해서 말하기도 하고, 복지 부재의 사회 구조를 말하기도 합니다. 영화계의 열악한 현실에 대한 고발도 이어지고 있네요.

위 글에서 ‘꿈을 이루려 애쓰는 건 아무 소용 없으니 현실에 순응하고 적당히 밥벌이나 하라고 가르치라’는 얘기는 사실 어느 만화에서 본 대사입니다. 라고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확실하지는 않네요. 비슷한 뉘앙스지만 다른 대사일 수도 있구요. 『좋은 사람』(학산문화사/다카하시 신 글,그림) 아니면 『최강입시전설 꼴찌, 동경대 가다』(북박스, 미타 노리후사 글, 그림)였던 것 같기도…

아무튼 자신의 재능과 노력에 대해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보편적인 밥벌이의 길’만을 강요하는 사회라면 너무 암담하지 않은가요. 며칠 동안 내내 떠올릴 때마다 우울해졌습니다.

고 최고은 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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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