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타임캡슐은 제가 여기 저기에 올렸던 만화 관련 글을 모으는 곳. 예전에 썼던 글들이라 지금에 와서는 유효하지 않은 정보들도 있고, 손발이 오글거리는 내용들도 많음. 하지만 백업의 의미로 거의 수정 없이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틀리게 작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맞춤법만 수정) 올림.
[타임캡슐] 『도터 메이커』 생존을 위해 죽여라
카와시마 타다시/학산문화사
그다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컨셉의 만화가 나왔다. 『비디오 걸』(카츠라 마사카즈/서울문화사/완간/1999년)처럼 비디오에서 사람이 튀어나온다거나, 게임 속으로 사람이 빨려 들어 간다거나 하는 그런 컨셉은 사실 흔하지 않은가.
여기에다가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처럼 게이머가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육성시뮬레이션까지 뒤섞고 휘저으면 도대체 어떤 요리가 나올까. 그게 바로 『도터 메이커』이다.
한 소년이 어느 날 우연히 ‘도터 메이커’라는 육성시뮬레이션게임을 구입하게 되고, 게임을 통해 성장을 완료한 캐릭터가 화면을 빠져 나와 현실세계에 나타난다.
유저는 최초 100일의 생명시한을 가지며, 또 다른 유저를 죽임으로써 100일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도터는 게임 육성 과정을 통해 유저의 성격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능력을 가진다. 도터는 도터를 감지하며, 상대방의 도터 혹은 유저를 죽여서 승리한다. 사실은 이것이 바로 ‘도터 메이커’의 진정한 게임의 법칙인 것이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게임의 법칙과도 동일하다. 도터는 유저의 또 다른 자아로서 자본, 지식, 무력 따위의 ‘힘’을 상징한다. 유저 대신 도터가 대결을 벌이는 것처럼, 현실에서도 서로 부딪히는 것은 자본이나 지식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패하게 되면 유저도 함께 소멸한다는 사실은 같지 않은가.
사람을 죽인다는 사실이 싫어서, 주인공은 자신의 도터에게 유저는 공격하지 말고 도터만을 공격하라고 하지만, 그래도 승리하면 유저가 ‘소멸’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100일이라는 생명시한을 연장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전투에 임하게 된 주인공과 무한경쟁의 수레바퀴 속에 내던져진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군상들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아직까지는 주인공은 그저 괴로워 하면서 전투를 계속하고 있다. 앞으로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 작가는 그 과정을 어떻게 풀어 나갈까.
거창하게 자본주의 어쩌고 하면서 얘기를 풀었지만, 단순한 컨셉을 뛰어넘는 작가의 스토리텔링과 다소 유치하게 보이면서도 때때로 전율을 느끼게 하는 작화력 만으로 충분히 만화적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괜찮은 작품이다.
어… 요약하면… 그냥 재밌다는, ^^;;
Written by 뗏목지기 (2002. 9. 9)
(덧붙임 : 2005. 04. 02)
3권으로 완간되었는데 끝은 다소 흐지부지해서 약간은 실망을 했었죠. 이 작가의 최근작은 ‘얼라이브 최종진화적 소년’입니다. 스토리 작가가 따로 있지만, 국내에서 4권까지(학산문화사 간) 발간되는 동안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림체는 더 깔끔해지고 (사실 ‘도터 메이커’의 그림체는 좀… 스토리 때문에 본 거죠. ^^;) 표현력도 훨씬 좋아졌더군요. 기회가 된다면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덧붙임 : 2006. 11. 07)
‘도터 메이커’의 작가가 ‘얼라이브 최종진화적 소년’의 스토리 작가라고 하네요. 그림은 다른 사람이라는… ㅡ,.ㅡ; 수정합니다.
from 싸이월드 페이퍼
(덧붙임 : 2010-06-18)
지난 15일에 카와시마 타다시 작가가 간암으로 타계했다고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