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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을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다

쓰고 보니 제목이 거창한데, ‘사람들을 만나다’까지는 아니고 사무실 구경을 하고 왔다. (물론 빈 사무실만 보고 온 것은 아닙니다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배달의 민족’ 앱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써본 적이 없었다. 초기에 그 앱이 나왔을 때 내 아이폰에 설치해 보긴 했었다. 설치하고, 실행해 보고, “좀 유치한데?”라고 생각하고는 삭제했다.

그런데 이 앱을 만드는 ‘우아한형제들’이라는 회사가 트위터 타임라인이나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서 자꾸 눈에 들어왔다. 회사 이름부터 독특한데다가 한나체라는 폰트도 무료 공개하고, 이상한 포스터도 만들어 뿌리고, 게다가 창업 3년 만에 매출 100억을 달성하고 120억 투자 유치까지 받았단다.

물론 이 회사가 지금의 성과를 올린 것은 당연히 배달의민족이라는 앱이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앱 자체보다는 우아한형제들이라는 회사에 대한 호기심이 앞섰다. 그래서 소셜에디터 활동을 제안받았을 때 ‘꼭 가고하고 싶습니다!’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다.

우아한형제들, 같은 내용이라도 더 재미있게

배달의민족 소셜에디터 발대식을 위해 우아한형제들 사무실에 들어서니 먼저 벽면에 ‘우아한 모의고사’가 눈에 띄었다. 회사의 비전과 사명, 서비스에 대해 시험지 형식으로 만든 것이었다. 사무실 구석구석에 ‘같은 내용이라도 더 재미있게’라고 외치는 물건들이 가득했다.

'우아한 모의고사'
‘우아한 모의고사’
아이언맨이 '지켜보고 있다'
아이언맨이 ‘지켜보고 있다’
전 직원의 사진과 이름을 버튼으로 만들어 입사순으로 붙여두었다.
전 직원의 사진과 이름을 버튼으로 만들어 입사순으로 붙여두었다.

사무실 구석구석에 사진에서처럼 ‘지켜보고 있다’ 같은 재미있는 문구나 소품을 배치하고, 벽면에 100여 명에 달하는 전 직원의 이름과 사진을 버튼으로 만들어 입사순으로(연봉 순이라는 소문도 있다고.) 붙여두는 등 흔히 생각하는 딱딱한 사무실과는 아주 다른 풍경이었다. 모티프원의 인터뷰에서처럼 일을 놀이처럼 즐기는 문화가 배어 있다고나 할까.

지금까지의 창업과 기업의 경영이 얼리버드(Early Bird)들의 치열하고 맹렬한 정진의 결과물이라고 여겼다면 현 세태에서의 창업과 성공은 바로 우아한형제들처럼 키치하고 유연한, 마치 놀이처럼 즐기는 대상으로 인식된다는 점입니다.

“인터넷 찌라시, ‘배달의민족’ 매출 100억의 우아한 성공”, 모티프원

명확한 비전, 반짝이는 아이디어

물론 기업문화가 좋은 회사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돈을 벌고 여유가 있어야 그런 기업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공한 회사들이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고, 배달의민족이 현재의 성과를 낸 것은 이런 문화도 한몫을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든 평가는 어차피 나중에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또한, 비즈니스를 하는 누구에게나 ‘닭과 달걀의 딜레마’가 있고 닭이 먼저여야 하는지 달걀이 먼저여야 하는지는 모두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창업 3년, 매출 100억, 직원 100명, 투자유치 120억, 1,000만 다운로드라는 성과를 본다면 그들의 닭과 달걀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1년 동안 라면을 먹으며 우아한형제들이 만들고자 한 선순환적 구조란 무엇일까? 배달의 민족은 기본적으로 배달음식 주문 플랫폼이다. 플랫폼 사업의 경우, 일차적으로는 많은 사용자 수를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다음 단계인 사용자와 사업자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사용자와 사업자가 충돌할 때, 우선순위는 어디에 둬야 할까?

“사용자가 트래픽을 만들어서 전화를 걸고 그걸로 사장님이 매출이 나는 것이거든요. 그 매출로 사장님이 광고비를 지출해 주시면 저희는 그 광고비로 서비스를 잘 만들어서 사용자들한테 더 좋은 서비스를 전달하는 거고, 그러면 사용자들이 또 전화를 걸어주는 거예요. 근데 이 선순환구조를 반대로 생각해서 사장님들이 돈을 내줬기 때문에 그분들의 입맛이 맞춰서 서비스를 개편해주면 결국 소비자들은 다 떠나게 되고 순환이 이루어지는 근본 자체가 사라지는 거죠.”

결국 사용자가 최우선시 된다는 소리다. 물론 직접적 매출을 발생케 하는 사업자들의 신뢰 정도 역시 앞으로의 벤처의 존폐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배달의 민족을 시작했을 때 김봉진 대표는 스마트 기기에 낯설고 온라인 모바일 서비스 자체에 불신하는 음식점 사업주들을 설득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고 한다.

“모든것의 기본은 ‘신뢰’다 –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 인터뷰”, 비석세스

우아한형제들의 사명.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배달산업을 발전시키자'
우아한형제들의 사명.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배달산업을 발전시키자’

처음 배달의민족 앱은 말 그대로 ‘찌라시(전단지)를 스마트폰 앱으로 옮겨놓은’ 것이었다. 목록상의 상단에 노출해주는 광고상품인 파워콜과 상단 노출에 더해 앱 상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울트라콜은 처음엔 없었고, 그냥 전단지를 보고 전화를 걸 수 있는 기능과 리뷰를 남기는 기능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이것이 핵심 기능)

김봉진(36)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어디를 가던 전단지 밖에 안보인다”며 “회사 직원들 역시 일가친척을 모두 동원해 동네의 재활용 분리수거함을 뒤지는 등 전국의 전단지를 싹싹 긁어모았다”고 말했다. (중략)

형제는 지난해 앱을 출시하기 전 전국의 전단지 광고 대행 업체들을 모아 사업설명회를 가졌다. 미리 전국의 전단지 광고 대행 업체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놓은 데다 이용자들이 직접 동네가게를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네이버나 114보다 더 많은 업체 DB를 확보할 수 있었다. (중략)

앱을 통해 전화가 걸려오면 음식점 업주는 “배달의 민족을 통한 전화입니다”라는 콜멘트를 들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전단지를 돌렸을 때는 알 수 없었던 광고 효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21세기 첨단 ‘찌라시’, ‘배달의 민족’ 이야기”, 아이뉴스24

뜻밖에 그럴듯한 서비스를 만들어 놓기만 하면 사용자가 모일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배달의민족이 처음에는 거의 막노동에 가깝게 정보를 모아서 쌓았다는 얘기가 특히 인상 깊었다. 사용자가 없는 업체를 등록할 수 있게 해 준 것도 이런 초기 목적(정보를 쌓는다)에 주효했던 것으로 보이고, 특히 특허를 취득한 콜멘트는 신의 한 수에 가까운 반짝이는 아이디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바로결제 서비스의 수수료와 관련한 논란이 있긴 했지만, 처음에는 없던 파워콜, 울트라콜 같은 상품이 나오고 그것을 이용하려는 업주들이 있다는 것은 ‘전단지보다 낫다’는 인식이 사용자와 업주 모두에게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정보기술을 활용해 배달산업을 발전시키자’는 이 회사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석촌호수가 보이는 사무실로 옮기면서 사무실 곳곳을 네버랜드 콘셉으로 꾸민 우아한형제들.
롯데월드가 보이는 사무실로 옮기면서 사무실 곳곳을 네버랜드 콘셉으로 꾸민 우아한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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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