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전쟁 같다’는 말은 꽤 흔히 쓰이는 표현이다. 성별과 세대 구분 없이, 사는 게 만만하고 쉬운 사람은 드물 테니까. 하지만 사는 게 전쟁 ‘같은’ 게 아니고 진짜 전쟁이라면? 입시 전쟁에 내몰리고 있는 청소년들이 진짜 전장에 투입된다면? 그게 바로 하일권의 “방과 후 전쟁활동”의 내용이다.
2006년부터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해 온 하일권은 참 ‘명민한’ 작가다. 로봇, 수구, 목욕관리사 등 독특한 소재를 잘 활용한다. 그리고 모든 작품은 3권 이내의 분량으로 완결되었다. 어쩌면 영화화나 드라마화를 감안하고 작품을 만든다는 느낌도 들었다. (물론 아닐수도 있고, 그걸 감안하는 게 나쁜 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전략적으로 소재를 선택하고 캐릭터를 만들어 적절한 분량으로 스토리를 마무리하는 재능이 느껴진다는 말이다.
하일권의 가장 최근작인 “방과 후 전쟁활동”을 처음 접했을 때도, “아, 이건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를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세포들과 싸우기 위해 학생들이 징집되어 군생활을 한다. 게다가 징집에 응하면 나중에 대학 입시에서 가산점이 주어진다. 남자들의 대부분이 2년 이상 군 복무를 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 입시에 목을 매는 대한민국의 웹툰으로서 아주 매력적인 설정이다. (연재 도중 19금 웹툰으로 바뀌어서 등장 인물 또래의 청소년들은 정작 볼 수 없게 되긴 했지만.) 그리고 적은 의사소통도 할 수 없고 정체도 알 수 없는 세포다. 이런 설정은 주된 등장인물인 징집된 학생들의 이야기에 좀 더 효과적으로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전쟁터가 아닌 교실에서였다면 말 한 마디도 나누어 보지 않았을 아이들에게 생겨나는 유대감은, 전쟁의 잔혹함과는 상반되는 아이러니한 부산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에 희망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야기는 점점 어둡고 잔인해진다. 세포들의 촉수에 친구의 몸이 꿰뚫려 죽어나가는 것과 같은 장면의 잔혹함이 아니라 이 아이들에게 희망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말로 꿈도 희망도 없어 보인다.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 끝까지 살아 남을 수 있을지 점점 더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몸이라도 살아 남아 다시 입시 전쟁의 틈바구니로 돌아간다는 것을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이 이야기의 결말이 어떠할지 끝을 보아야 알 수 있겠지만, 꿈과 희망은 그렇게 어설프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그게 가장 솔직한 말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