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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력교정 수술을 받기 전까지 꽤 오래 콘택트렌즈를 꼈었다. 심지어는 군대에서도 일병 달고 제대할 때까지 일회용 렌즈를 공수해서 사용했었다.
안경을 벗으면 샤랼라 꽃미남…까지는 아니어도 아무튼 콘택트렌즈를 낀 후 인상이 바뀌었단 말은 많이 들었었다. 그런데 왠지 도를 추구하는 분들이 좋아하는 인상이 되어 버렸나 보다. 그전보다 걸려드는 경우가 곱절로 늘었다.
주로 “기가 참 맑아 보이세요.”, “조상들이 참 많이 도와주고 있으시네요.” 이런 식. 무슨 안경이 AT 필드도 아니고 쓰고 있으면 기가 외부에 노출되는 걸 막아준다거나, 조상들이 안경을 싫어해서 그전에는 안 도와주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만, 아무튼 꽤 귀찮아졌었다.
요즘도 가끔 그런 분들을 만나기는 하는데 요즘은 ‘대답 안 하기’, ‘시선 안 주기’, ‘스피드 업’ 3종 세트로 무찌르고 있다. 예전에는 심심하기도 하고 뭔 소리 하나 궁금하기도 해서 상대해 줬었는데 이제 그럴 나이는 지났지.
2.
내 머리카락은 ‘내추럴 본 직모’라 가라앉아야 할 부분은 뜨고 떠야 할 부분은 착 가라앉는 특성이 있다. 관리하기도 어렵고 고지식한 인상을 주는 데도 한몫을 한다. 그래서 1년에 한두 번 펌을 한다. 남자는 머리빨이라고, 굵은 웨이브로 펌을 하면 확실히 인상이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
안경을 벗고 펌을 하기 시작하기 전의 나와 그 후의 나는 확실히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사람들의 반응도 그렇고. 요즘도 오랜만에 나를 보는 사람들은 ‘많이 변했다’는 얘기를 하는 걸 보면 나름의 효과는 있었던 듯.
3.
예전엔 직모 7:3 가르마에 커다란 뿔테 안경을 썼었다. 그러니까 지루하고 차가운 이미지를 팍팍 풍겼었지. 사실 이미지만은 아닌 것이, 성격도 꽤 쓸데없이 꼼꼼하고 세심하고 그랬다. 주위에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대학교 때 동아리에서 다과를 나눠 먹을 때 일이었다. 새알 초콜릿(M&M인가)을 내가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옆에서 보던 선배 하나가 막 웃으면서 얘기를 하는 거다.
“야야, 뗏목지기 얘 좀 봐, 초콜릿을 숫자 세서 나누고 있어! ㅋㅋㅋㅋㅋ”
맹세코, 기필코, 인생을 걸고, 난 숫자 센 적 없었다. 아무리 내가 세심하고 꼼꼼해도 그런 짓까지 할 정도로 융통성 없는 인간은 아니었거든. 그러니까 그건 선배에게 비친 내 이미지였던 게지.
4.
어쩔 수 없이 사람은 타인을 만날 때 외모를 우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외모를 통해서 그 사람을 판단하게 되기도 하고. 사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의 내면의 아름다움을 본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남자든 여자든 외양을 가꾸기 위해 하는 모든 노력을 응원하는 편이다. 물론 그것’만’ 해서는 안 되겠지만.
요즘의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게 꾸미는 거냐’고 할 수도 있겠지. ㅡ,.ㅡ;; 위에 쓴 건 대략 10년 전쯤 얘기고 사실 요즘은 예전만큼 신경 안 쓴다. 고등학생 애들이 교복을 터질 듯이 줄여 입고, 젊은 친구들이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의 방향에 예민해하는 것처럼 각자에게 ‘어떤 시기’라는 것이 존재하는 듯도 하다. 내게는 그 시기가 10년 전쯤이었다는 뭐 그런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