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거창합니다만, 역시 10년 전 글이라 지금과는 상황이 좀 다를 수 있습니다. 반복하지만, 10년 전 상황에도 안 맞을 수 있습니다. (정확한 자료 조사를 거쳐서 쓴 글은 아니라서요. ^^;)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타임캡슐이란, 클릭)
[타임캡슐] 만화의 히트와 실패
일본 만화뿐 아니라 잡지 연재를 거쳐 단행본으로 출판되는 모든 만화들도 마케팅이라는 과정을 통해 히트작으로 만드려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시작회 올컬러 게재! 작가 특별 일러스트를 선물로 드려요! 연재 시작 기념 작가 직격 인터뷰! 이런 데 보면 꼭 서툰 우리말로 ‘한국의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런 거 쓰고 사인한 사진 같은 거 꼭 끼어 있지요. ^^
어쨌든 이런 식으로 방방 띄워 놓고 애독자 엽서 등을 통해 독자 반응을 살핍니다. 사실 이게 단행본 발행 부수 결정의 주된 요소가 됩니다. 잡지 판매보다는 단행본 판매가 훨씩 수익이 더 큽니다. 잡지는 꾸준히 안 보더라도 한 번 띄워 놓으면 단행본을 구입하는 독자들이 상당수 있고, 만화 대여점 등에서는 독자들의 반응을 피부로 느끼면서 단행본 구입을 결정하기 때문에 당연히 단행본 수익이 더 크겠지요.
그런데 비싼 돈 들여서 괜찮은 작품이라고 실어 놓았더니 별 반응 없으면 그만큼 황당한 일은 없겠죠. 수입 만화든 국내 만화든 말입니다. 편집장 속 터지고 담당 기자 환장할 일입니다. 일본 만화의 경우는 아직까지 수입사가 약자의 입장에 처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히트작으로 못 만들면 다음에 다른 작품을 수입할 때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역대 일본 만화 중 가장 히트를 친 작품은 ‘드래곤 볼’과 ‘슬램 덩크’입니다. 가히 스테디 셀러라고 부를 만 하죠. 물론 나름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에 수입을 했겠지만, 기대 이상의 히트로 수입사의 입가를 찢어 놓은 작품입니다. 잡지 연재 -> 단행본 판매 -> 유소년용 애니 비디오로 이어지는 메가 히트를 했었지요.
개인적으로는 드래곤 볼의 경우 초기 정식 수입본이라는 점과 일본 만화의 자유로운 표현 형식으로 인한 문화 충격(오공이 부르마 팬티를 벗겨 보고 있어야 될게 없다고 놀라는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지 않습니까? ^^;)이 히트의 요인이라는 느낌이 들고, 슬램 덩크는 작품 자체의 우수성이 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슬램 덩크의 히트를 등에 업고 그 후속작인 ‘베가 본드’를 과감히 연재한 모 출판사! 위에서 말한 띄우기 전략을 썼고, 히트를 친 척 하지만… 실상은 미비한 반응…이라고 합니다. (주: 이 부분은 『베가본드』의 초기 반응에 대해 전해들은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사실 여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저는 이 작품이 현재 시점에서 명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2010-04-22) 작가의 명성만으로 히트작은 나오지 않는다는 예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 하나는 만화 포켓몬스터. TV애니의 엄청난 국내 히트에도 불구하고 잡지 연재중인 포켓몬스터는 또 그저 그렇다네요. 애니와 출판물이라는 매체의 특성으로 인해 매력이 반감되었기 때문이겠지요. 결국 출판 만화의 히트는 작품성, 마케팅, 매체 특성이 적절히 조화될 때 나온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왜 국내 작가의 작품은 이런 메가 히트작이 나오지 않는 것일까 하는 아쉬움이 생깁니다. 물론 점점 많은 작가들의 좋은 작품들이 나오고는 있지만요. 손쉽게 표절을 일삼는 의식없는 일부 작가들, 일본 시장이라는 시스템에서 안정적으로 생산된 히트작에 기대는 출판사들, 국내 작가의 작품이라면 색안경부터 끼는 독자들… 이런 여러 가지 요인들이 우리 만화계를 어둡게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Written by 뗏목지기
(200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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