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2010-06-10)은 6월 민주항쟁 23주년이 되는 날이다. 아마도 매년 이맘때가 되면 떠오를 만화 『100도씨』에 대한 몇 마디 생각들.
[6월민주항쟁23주년] 『100도씨』를 향해 민주주의는 다시 끓어올라야 한다
『100도씨』 – 최규석(글/그림), (주)창비, 2009
아마도 『100도씨』는 가장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역사수업용 보충교재일 것이다. 최규석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현대사 수업의 보충교재로 활용되기 위해 당시의 굵직한 사건들을 모두 담고 있어야 했고, 중고생들이 재미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읽을 만큼 드라마틱해야 했다. 내 능력으로 볼 때, 이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는 그때까지 나온 여타의 기념물들의 틀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라고 했지만, 결과물은 그 모두를 만족시키고도 남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
애초에 중고생들을 위한 작품으로 나왔지만, 그 시절을 (희미하게 혹은 생생하게) 기억하는 모든 이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안겨준다. 이는 역사적 사실의 나열이 아닌 그 시절을 살았던 각각의 인물들을 조율하고 배치하는 작가의 능력으로부터 나온다. 반공소년으로 자라 학생운동에 몸담게 되는 주인공, 권력에 대해 복종하다 아들의 수감으로 민가협 활동을 하게되는 어머니, 노조를 만들어가는 여공 누나, 장남이라는 부담 때문에 샐러리맨으로 살아가지만 사회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형, 앞뒤 꽉막힌 아버지(그러나 마지막에는 결국 감옥에 갇힌 아들과 어색하게 화해하는) 등등. 자칫 무거워지기 쉬운 주제이지만, 적절하게 배치된 코미디(블랙에 가까운)는 작품의 긴장도를 적절하게 조절해주고 결국 역사도 운동도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부터 만들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다소 비관적으로 말하자면,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얻어진 것은 단지 ‘대통령을 직접 선거로 뽑는 것’ 뿐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도 100도씨가 되면 분명히 끓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네. 흔들릴 때마다 지금은 99도다… 그렇게 믿어야지. 99도에 그만두면 너무 아깝잖아”라는 작품 속 한 양심수의 말처럼, 100도씨가 될 때마다 조금씩이나마 변화하는 역사에 대한 믿음으로 한 발 한 발 나가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닐까.
* 실제 학교 현장에 배포되었던 CD자료(동영상, 사진 자료 포함)와 작품 감상
(해당 링크는 현재 접속이 되지 않는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사료로 보는 6월 민주항쟁’ 페이지에도 해당 자료에는 어쩐 일인지 링크가 걸려 있지 않다. 2013-06-10 추가)
* 작품과 관련된 다른 읽을거리들
capcold님의 블로그님 : 가깝기에 잊어버린 기억들 – 『100도씨』와 6월항쟁 [전자신문 0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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