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나비, 각시탈, 용소야, 한주먹. 추억 돋네.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서 트위터에 끄적인 글 몇 개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블로그에 한동안 만화 관련 글을 너무 안 쓰기도 했고…

저는 만화를 통해서 글자를 배웠습니다. 그리고는 너댓살 때부터 동네 만화방에 드나들었는데 그 나이에 글자를 알고 읽는게 신기하다며 주인 아주머니가 공짜로 만화를 보게 해 줬었죠. 황재의 흑나비 시리즈, 허영만의 각시탈 시리즈를 너무 좋아해서 몇 번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 온라인 만화방들 중에 이 작품들이 있는 곳이 있긴 하던데, 모니터로 보는 느낌이 너무 낯설어서 그때의 감흥이 살아나진 않더군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작가 성운아의 용소야 시리즈, 전성기의 한주먹 시리즈도 생각납니다. 용소야는 쿵후 뿐 아니라 유도도 잘 하고 나인볼도 잘 하고 심지어는 축구까지 잘 하는 만능소년이었고, 한주먹도 그랬습니다. 그 작품들이 일본 작품의 해적판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고는 충격을 좀 받았었죠. 하긴 뭐 쇠돌이도 한국인이 아니라던가 하는 얘기는 만화 올드팬이라면 누구나 떠올릴 법하긴 하네요. 용소야는 “쿵후보이 친미”라는 자기 이름을 되찾고 최근에는 “레전드”라는 새 시리즈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참고글 : 전성기의 <권법소년>과 성운아의 <용소야>

저는 제 또래 남자 치고는 소위 순정만화를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황미나의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볼 때마다 펑펑 울면서 봤었죠. 황 작가님은 “수퍼트리오”나 “웍더글 덕더글” 같은 작품의 개그 센스도 훌륭하지만, 저는 “레드문”이나 “저스트 프렌드” 같은 작품의 눈물나는 장면들이 더 좋더군요. 최근작 “보톡스”도 잘 보았습니다.


네이버웹툰 “보톡스” 바로가기

그리고 강경옥의 “17세의 나레이션”은 내 인생의 명작. 10대, 20대, 30대에 읽었을 때 각각 다른 의미로 가슴 저릿함이. “어린 왕자”나 “꽃들에게 희망을”이 세대마다 다른 의미로 감동을 주는 것과 같달까. “별빛 속에”, “라비헴 폴리스”, “현재진행형 ing”, “노말시티” 등 다른 작품도 정말 버릴 게 하나도 없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작가입니다.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연재중인 “설희”도 아주 좋아요. 강추합니다.

설희

글/그림
강경옥
연재요일
매주 화
작품소개
거액의 상속녀를 둘러싼 음모, 전생, 그리고.. 사랑!

 

처음엔 추억 돋다가 황미나, 강경옥 작가의 최근작 소개로 아스트랄하게 안드로메다로 마무리가 되는군요. ㅡ,.ㅡ;; 도망가야겠습니다. (후다닥)

뗏목지기: 만화를 좋아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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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와 반갑네요. 저는 황미나 작가가 풋내기 신인작가였던 시절 보물섬으로 참 재미있게 봤었는데, 초등학교 4~5학년이었음에도 황미나 작가의 코드를 이해하기에 좀 역부족이었습니다. 중학생이었던 사촌형은 그게 제일 재미있고, 제 눈높이에 맞던 둘리, 하니, 맹꽁이서당을 평가절하 하곤 했었죠. 나이먹고 나서 다시 읽어보니 황미나 작가 만화의 진가를 알겠더군요.^^

    용소야에 대해 기억나는 에피소드도 있는데, 제 미간에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내심 나중에 싸움을 잘 하게 될거란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죠. 그리고 나무젓가락이 부족할 때마다 통나무를 던져 수도로 쪼개는 상상을 합니다^^

    • 저는 나인볼황제 용소야가 기억이 남네요. 제가 알기로는 원작자의 다른 작품 주인공 얼굴을 용소야로 바꾸어 해적판으로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에 스네이크샷이라고 볼이 뱀처럼 당구대 위를 날아 목표하는 다른 볼을 맞추는 기술이 있는데 당구 처음 배우고 당구장 갈 때마다 그걸 시도해보고 싶어서 근질근질거렸던 기억이.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