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 인랑 vs. 야후 (4)

 

인랑과 야후에 대한 네 번째(마지막) 글입니다. (타임캡슐이란, 클릭) 지금 생각해 보면 좀 무리하게 끼워 맞춘 거 같기도 하구요. (…)


[타임캡슐] 인랑 vs. 야후 (3)

timecapsule

7) 인랑 vs. 야후 – 치열한 시대의 풍경 속에서

인랑과 야후는 두 작품 모두 근과거 SF라는 점에서 서로 닮은 꼴을 하고 있습니다. 야후의 연재 시작 시점이 1998년 말이죠. 인랑이 언제 만들어진 작품인지 자료를 못 찾아봤는데, 이 작품도 원작 만화가 있다는 점에서 야후의 작가가 인랑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또한 단순히 근과거라는 것 뿐 아니라, 근현대사의 굵직한 실제 사건에 바탕하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네요.

인랑의 배경은 패전 이후 좌익 운동이 활발히 벌어지다 도시 게릴라 성격의 반정부 테러 운동으로 진행되는 과정의 일본입니다. 물론 지금은 완전히 쇠퇴했지만, 새로운 세계를 향한 열정과 열망은 지금도 일본의 4-50대들에게는 향수를 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내용은 ‘시마 과장’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젊었을 때 마르크스 주의자가 아니었던 사람과 늙어서도 마르크스 주의자인 사람은 모두 바보다라는 말도 있다지요.

야후는 87년 민주화 투쟁을 전후하여 한국 현대사의 각종 사건 사고들을 시간 순서 없이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배치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민주화 운동이 극좌 테러 운동으로 변질되진 않았고, 자연스럽게 시민사회 운동과 노동 운동으로 이어졌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소위 386세대라고 불리는 세대들은 이 때의 기억을 향수처럼 간직하고 있지요. 이런 점에서 두 작품 모두는 근현대사의 가장 치열했던 시기를 관통하는 배경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8) 인랑 vs. 야후 – 메카닉

특기대는 특이하게 생긴 갑옷과 헬멧을 쓰고, 야투경(야간투시경)이 달려 있고 방독면으로서의 기능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마스크를 쓰고 다닙니다. 모… 야투경이라고 해서 온도 감지는 아니고, 작은 빛을 증폭시켜 밝게 보이게 하는 장치로군요. 갑자기 밝은 빛에 노출되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훈련 장면에서 이런 내용이 나오구요.

어두운 수로에서 멀리 빨간 야투경 빛만이 비칠 때 – 바로 늑대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리는 메카닉 디자인입니다. 또한 특기대는 기관총을 들고 등에는 탄통을 메고 있습니다. 탄통 끝에는 탄띠가 달려 있어서 끝을 잡고 주욱 뽑아서 기관총에 연결하고 난사하게 되어 있구요. 탄띠 한줄을 뽑고 나면 다른 탄띠 끝이 탄통 끝에 노출되어서 연속해서 뽑아 쓰게 되어 있습니다. 뽑아 쓰는 티슈통 구조로군요. -_-;;

야후의 수도 경비대는 바이크형 개인 비행체를 타고 다닙니다. 거대화되는 도심 시위에 대응하기에는 딱인 구조죠. 수도 경비대는 이 비행체 자체를 관광 상품화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입니다. 헬멧을 쓰기는 하는데 특별한 기능은 아직 없는 것 같고… 국내 실정상 총은 권총 정도고 주로 진압봉(-_-;)을 들고 날아 다니면서 시위 주도자를 때려 잡고 있습니다. 비행체 디자인 자체는 어디서 본 듯 하긴 하지만 상당히 멋집니다.

9) 인랑 vs. 야후 – 그들

인랑의 주인공 후세는 반정부 테러 조직에 대응하는 수도경 특기대 소속입니다. 특기대는 도시 게릴라화하여 지하 수로를 아지트로 삼고 있는 반정부 테러 집단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야후의 주인공 혁은 수도 경비대 소속입니다. 이름도 비슷하군요. ^^ 수도 경비대는 한창 민주화 투쟁이 진행중인 시기에, 효과적인 시위 진압과 서울 올림픽을 앞둔 국내외의 불안한 시선을 무마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창설되었습니다. 둘 다 경찰이라는 점이 같네요.

또한, 과거에 대한 얘기가 작품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늑대일 수밖에 없는 인간’으로서의 후세와, ‘몇 번이고 죽어본 듯한 눈빛’의 혁은 그 존재의 허무함이 서로 닮은 꼴입니다.

아직 야후가 연재중인지라 이야기 전체의 주제에 관해서는 머라고 하기가 힘드네요. 연재중인 야후가 어떤 식으로 앞으로의 이야기를 진행시킬지 참 궁금해집니다. 이야기의 닮은 꼴과는 별개로, 야후는 그 자체로도 참 좋은 작품이 되리라 기대해 봅니다.

긴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와 평화를… ^^

Written by 뗏목지기

(2000-12-22)

본문과 상관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만화

  • 야후 / 글,그림 : 윤태호 / 랜덤하우스코리아 / 10권 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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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sponses

  1. 매치어말하길

    인랑은 오시이 마모루가 각본을 쓴 작품 답게 참… 뒷맛이 썼던 걸로 기억하고, 주어진 분위기 아래에서의 짧은 사건을 통해 많은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야후는 현대 한국사의 한 시대를 꿰뚫는 무언가가 있는 작품이니 비슷하면서도 참으로 다른 작품이네요.

    인랑…이 원작이 있었나 했는데 찾아보니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실사 영화(!)가 두 편이나 있었군요. 이거 놀라운데요? ^^

    • 뗏목지기™말하길

      만화로는 ‘견랑전설’이 있고, 연관 있는 실사 영화로 ‘붉은 안경’, ‘지옥의 개 케르베로스’가 있습니다. 저는 뭐 셋 다 못 봤습니다만… ㅎㅎ